이날 경기는 SK 나름의 타이틀(?)이 걸린 경기였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 전 “오늘 이기면 이틀 휴가, 지면 하루만”이라고 선언했다. 시즌 막판 분위기가 너무 풀려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승.패가 중요한 경기들은 아니었지만 너무 쉽게 경기를 자꾸 내주는 것이 결코 좋은 일은 아니라는 판단. 당시 SK선 가장 탐나는 선물인 ‘휴식’을 승리의 메리트로 건 이유였다.
해결사는 이적생 최동수였다. 최동수는 9회 넥센 마무리 손승락으로부터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며 팀에 극적인 5-4, 승리를 안겼다. 최동수를 향해 달려가는 SK 선수들의 표정은 시즌 그 어떤 승리보다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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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수는 시즌 중 안치용 권용관 이재영 등과 함께 LG에서 전격 트레이드 된 선수. 겉으로는 분명 SK맨이 돼 있었지만 진정으로 SK에 녹아들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했다.
또 당시 트레이드는 팀에 건전한 경각심을 불어넣기 위한 김성근 감독의 파격적인 승부수였다. 기존 선수들 입장에선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선택이기도 했다. 당시 LG로 건너 간 선수중엔 최고 유망주 중 하나였던 투수 박현준이 포함돼 있었다.
반면 LG서 건너 온 선수들은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김 위원은 “아주 미묘하게 팀 분위기가 흔들리는 걸 느꼈었다”고 했다.
이적생들과 기존 선수들이 진짜 하나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시즌 최종전의 끝내기 승리였다. SK에선 늘 있었던 승리였지만 선수들의 기대와 바람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터져나온 최동수의 한방은 보이지 않던 마음의 장벽을 단박에 허물어 버렸던 것이다. 김성근 감독 역시 “이제 드디어 최동수가 SK 선수가 됐다”는 말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SK가 한국시리즈서 삼성을 4전 전승으로 꺾고 우승하는데 적지 않은 힘이 된 승리였다. 비록 최동수는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시즌 최종전의 승리가 SK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장황하게 2년 전 이야기를 꺼낸 건 4일 대구 경기, 삼성 선수들의 얼굴에서 당시 SK선수들의 후련한 미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에이스 장원삼을 투입하고도 1-2로 끌려가고 있었다. 1-1 동점이던 8회초, 장원삼이 1점을 빼앗기며 패색이 짙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극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8회말 2사 만루서 손주인의 중월 싹쓸이 3루타가 터진 것이다.
1사 만루에서 믿었던 신명철이 얕은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상황. 타격 능력에선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손주인이기에 기대치도 그만큼 줄어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손주인은 보란 듯 3루타를 쳐냈고 삼성의 의미있는 1승을 추가할 수 있었다.
삼성 역시 정규시즌 우승은 확정된 상황. 하지만 이날 경기는 장원삼의 다승왕 타이틀이 걸려 있었다. 손주인의 한방으로 장원삼에겐 다승왕이, 또 마무리 기회를 얻게 된 오승환에게는 구원왕을 확정짓는 1세이브가 주어졌다.
손주인은 한국시리즈서 백업 요원으로 활약하게 될 비밀 병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해 줘야 할 선수의 빛나는 한방은 선수들에게 더욱 진한 메시지로 다가왔을 것이다. 동료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된 한방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이제 정규시즌은 마감을 앞두고 있다. 4강에 진출한 팀들도 한,두 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대부분 팀들이 곧 있을 큰 경기를 위해 힘을 아껴두고 있다. 주전들은 대부분 벤치에 앉아 있거나 엔트리서 빠진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승리까지 의미 없어진 것은 아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은 경기를 통해 뭐가 계기를 만드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몸이 아무리 준비가 잘 되어있다해도 팀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를 만들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 과연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세 팀은 그런 임팩트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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