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왕따도 극복…`프런코4` 훈남의 기적(인터뷰)

양승준 기자I 2012.03.09 07:00:06
▲ `프로젝트런웨이코리아4`에 지원한 강성도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그는 청각장애인이었다. 언어장애도 왔다. 점점 말을 잃어갔다. 어려서 학교생활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청각장애인이란 이유로 중학생 때는 `왕따`도 당했다. 더러 맞기도 했다. 점심때 친구들에게 식판도 뺏겼다. 그런 소년을 일으켜 세운 건 어머니였다. 소년의 어머니는 아들이 세상에 당당히 살아남길 바랐다. 그래서 아들에게 말을 하는 법을 어려서부터 매섭게 가르쳤다. 처음에는 수화도 못쓰게 했다. 소년은 이를 악물었다. 잠재된 예술적 재능을 깨워 선화예고에 입학했다. 세계적인 디자인 명문 미국 파슨스스쿨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지금은 케이블채널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4`(이하 `프런코4`)` 훈남으로 불린다. 뛰어난 디자인 실력은 기본. 180cm 훤칠한 키와 연예인 못지않은 외모로 여성시청자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어서다. 바로 강성도(28)얘기다. "아이고, 제가 연예인도 아니고.." 그는 한발 물러섰다. "내 별명이 인도네시아 원숭이었다. 피부색도 까맣고 귀가 앞으로 돌출돼서다." 그러다 그가 날린 카운터펀치. "`훈남` 캐릭터는 부담스럽다. 나쁜 남자가 더 낫다." `차도남` 강성도를 만나 그가 방송에서 못다 한 얘기를 들어봤다. 인생 역정 그리고 `프런코4` 뒷담화까지. (강성도는 사람의 입을 보고 말을 알아들었다. 인터뷰 도중 서로의 말을 이해 못 하면 수첩에 글을 써 의사를 주고받았다. 강성도를 몇 달 동안 지켜봐 그의 말을 상대적으로 잘 알아듣는 `프런코4` PD가 인터뷰를 도왔다.)

"성공? 아직 아니다"
-여자 팬들이 많이 생긴 걸로 알고 있다. 인기를 실감하나?

▲방송 후 트위터 팔로어가 40명에서 8000여 명으로 갑자기 늘었다. 연락이 끊겼던 지인들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난감한 적도 있다. 지하철을 탔는데 어떤 여자분이 사인을 해달라고 하더라. 사진 찍자는 부탁 등은 다 들어 드리는데 사인해달라는 말은 당황스럽더라. 방송이 나가자 패션 쪽 회사에서 같이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개인브랜드 런칭도 준비 중이고. 농아방송 등에서도 장애를 딛고 성공한 사람 콘셉트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는 데 솔직히 부담스럽다. 난 아직 아니라고 생각한다.

-방송에 나오는 자신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던가
(`프런코4`는 사전 제작이다. 최근 방송 중인 `프런코4`는 이미 몇 달 전에 촬영이 완료됐다.)

▲정말 착하게 나오더라. 실제 난 그렇지 않다. 예민한 편이다. 특히 일 할 때는. 솔직히 말하면 촬영하며 남 흉도 좀 봤다. 그런데 어떤 부분은 편집돼 나갔더라. 제작진이 날 배려해준 거 같다. 근데 난 그때 제작진에게 `왜, 잘랐냐`고 문자 보냈다. (웃음)

"청각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듣고 말하는 게 불편하다. 일반인도 힘든 도전이다. 어떻게 `프런코4`에 지원하게 됐나

▲장애인들에게 아직 현실은 벽이 높다. 일 할 수 있는 회사가 그리 많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해 속상해하는 사람도 많다. 일반 사람들처럼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내 디자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검증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좋아하신다.
▲ 강성도
-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어렸을 때부터 디자이너가 되려고 했던 건 아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 권유로 미술을 시작했다. 어머니는 내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렇게 미술을 시작했고 선화예고(미술전공)에 합격했다. 어머니가 시켜서 그림을 그릴 땐 정말 싫었는데 하다 보니 흥미가 생기더라. 그리고 어머니 영향을 받아서인지 패션 감각은 좀 있었던 거 같다. 그러다 졸업을 하고 집에서 유학을 권유받았다. 새로운 곳에서 더 배우고 꿈을 펼쳐 보이길 원하셨던 거 같다. 그렇게 몇 곳에 원서를 써 미국 파슨스스쿨을 포함해 세 곳에 합격했고 고민 끝에 파슨스스쿨을 갔다. 2010년 6월에 졸업했고.

"미국 유학, 언어 배우다 힘들어 울기도"
-일반인도 유학생활은 힘들다. 어떻게 버텼나

▲너무 힘들었다.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랑은 비교가 안 됐다. 영어 발음 안 돼 막 울고 그랬다. 그러다 너무 힘들어 `영어 수화`를 새로 배웠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힘이 나더라. 성격도 좀 활발해지고. 학교생활도 점점 적응돼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장학금도 두 번 받았다. 따지고 보면 생활은 한국보다 미국이 더 편했던 거 같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랄까.

"난 수화가 있는지도 몰랐다..맞으면서 말 배워"
-한국에서도 그렇고 미국에서까지 일반인 학교에 다닌 점이 놀랍다

▲난 어려서는 수화를 몰랐다. 어머니가 조금이라도 내가 말을 알아듣고 하게 하려고 수화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맞으면서 말을 배웠다. 수화도 미국 가서 처음 배운 거다. 어렸을 때는 그런 어머니가 야속했다. 물론 지금에는 나를 강하게 키워 준 부모님이 감사할 뿐이다.
▲ 강성도
-`프런코4` 찍으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체력 문제다. 원래 잠이 많다. 늦어도 자정 전에는 자야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프런코4`는작업 끝나는 시간이 자정이라 고됐다. 당연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디자인 구상 시간 30분 주고 원단 고르라고 하니 얼마나 힘들겠나. 마음이 급해 원달 고를 때먄 하도 빨리 뛰어서 카메라감독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였다.

-단체 미션 중 팀장을 맡았을 때는 눈물을 보였다

▲힘들었다. 단체미션이다보니 디자인에 통일성이 있어야 하는 데 방송에도 나왔듯이 박소현 누나와 콘셉트에 대한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 박소현 누나도 소신이 강해 자기 디자인을 잘 안 바꾸는 스타일이라 결국 특정 디자인을 바꾸려 하지 않아 폭발한 적도 있다. 그래서 다른 지원자에게 중재를 부탁했다. 다른 지원자들 옷보다 정작 내 옷을 못 만들어 마음이 급했다.

"개인미션에서는 지원자들 개성볼 수 있을 것"
-`프런코4` 지원자들이 이전 지원자들보다 디자인 실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까지 방송된 분량 대부분이 팀 미션이라서 그렇다. 지원자들만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개인 미션에서는 다들 제 실력을 보여줬다. 방송 끝까지 지켜봐 달라.
▲ 강성도
-`강성도가 꼽은 톱3`는

▲나랑 조아라·이지승. (웃음)
 
(강성도가 꼽은 세 명이라 실제 톱3와 다를 수 있다. `프런코4`는 사전에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

-인기가 많다. 만나는 여자친구는 있나

▲노코멘트하겠다.(웃음) 좋아하는 여성상은 느낌이 좋은 여자다. 아무래도 내가 패션을 하다 보니 스타일도 본다.

-앞으로 계획은

▲오는 5월 말 아시아태평양농아인경기대회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수화통역을 할 생각이다. 그래서 지금 수화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미국에서 배운 건 미국 수화고 국제 수화를 새로 배우고 있다. 그리고 이르면 올가을 내 브랜드를 런칭할거다. 처음에는 여성복으로 시작할 생각이다. 난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좋아한다. 미니멀하고 내추럴한 모노톤을 써 디자인한 옷이 많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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