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천 '커브 장착 사이드암'으로 돌아오다

박은별 기자I 2012.03.02 08:28:53
▲ 가고시마 아이라구장에서 불펜피칭을 하고 있는 이혜천. 사진=두산 베어스

[가고시마=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 두산 이혜천은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 넷이 됐다. 두 달 후엔 예쁜 둘째 딸도 태어난다. 그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거워진 올해. 도약을 절실히 바라는만큼 변화도 생겼다.

두산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가고시마 아이라구장. 1일 새벽부터 추적추적 내린 비에 선수단의 훈련이 모두 취소됐다. 하지만 팡!팡! 포수들의 미트에서 불을 뿜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혜천이었다.

그는 29일 뒤늦게 캠프에 합류했다. 지난 해 왼쪽 손등 수술을 받은 후 2군에서 훈련을 해왔다. 캠프 종료까지 열흘도 남지 않았지만 실전 점검을 위해 급히 호출을 받았다.

3개월전부터 공을 던지기 시작해 이젠 경기에 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 이날도 70% 정도의 힘으로 33개의 공을 던지며 구위를 점검했다. 직구, 슬라이더, 투심, 포크 등을 적절히 섞어 던졌다. 그는 "아프진 않고 느낌이 괜찮다. 생각보다 페이스가 많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수술 전보다 오히려 더 상태가 좋아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도 했다. "철심을 여러 개 박아서 왼 손등뼈가 하나가 됐다. 오히려 더 힘을 받는 기분이다. 예전에는 공을 던지고 나면 뼈마디가 뻣뻣하다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던질 때 느낌도 다르고 강해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리고선 그의 투구를 유심히 지켜봤다. 두 가지 변화가 느껴졌다.

먼저 예전과 달리 팔꿈치가 많이 내려왔다는 것이었다. 사이드암 투수로 느껴질 정도였다. "일부러 한 건 아니고 이제 15년차고 나이가 들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래도 이전과 달라진 투구폼에 타자들이 애를 먹을 가능성도 커 보였다. "이젠 좌완 사이드암으로 불러달라"는 그의 말에선 자신감도 느껴졌다.

또 한 가지. 커브를 새로 장착했다는 점이다.

그는 "(이)현승이를 보면서 커브를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른 변화구밖에 없었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느린 커브도 하나 장착해야겠다 싶었다"며 배경을 밝혔다.

두 달전부터 만들기 시작해 만족할만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는 "처음 만드는데 생각보다 공이 좋다. 코칭스태프들도 빠른 변화구가 있으니 느린 커브도 만들어보는 것이 좋겠다 하시고 앞으로 많이 써먹을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올시즌 변화를 꾀하는 이혜천이 명예회복의 한 해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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