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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무적함대' 스페인과 월드컵 4강 무대에서 격돌한 '전차군단' 독일이 공격 본능을 잃고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허무한 패배를 당했다.
독일은 8일 오전3시30분(이하 한국시각) 남아공 더반 소재 더반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남아공월드컵 4강전에서 상대 수비수 카를레스 푸욜(바르셀로나)에게 한 골을 허용해 0-1로 패했다.
이로써 1990이탈리아월드컵 이후 20년만에 정상 탈환을 노린 독일의 도전은 4강에서 막을 내렸다. 독일은 스페인과의 A매치 통산 전적에서 7패(8승6무)째를 거두며 추격을 허용했고, 지난 유로2008 결승전(0-1패)에 이어 메이저대회에서 2차례 연속 무적함대에게 무릎을 꿇는 수모를 당했다.
이날 경기는 내용과 결과 모두 독일의 완패였다. 4강 진출 과정에서 맹위를 떨친 독일의 '공격 본능'이 상대 미드필더들의 경기 장악 능력에 눌려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 탓이다.
독일 허리라인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스페인 미드필드진과의 맞대결에서 철저히 제압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바이에른 뮌헨), 사미 케디라(슈투트가르트) 등 중앙미드필더들이 사비 에르난데스(바르셀로나),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 세르히오 부스케츠(바르셀로나) 등 상대 허리자원에게 중원 주도권을 내준 탓에 90분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경기서 독일은 589차례의 패스를 시도해 441회 성공하며 75%의 패스 성공률을 보였다. 반면 상대팀 스페인은 731회 중 590회를 성공시키며 81%를 기록해 패스의 질과 양에서 전차군단을 능가했다. 독일도 잘했지만, 스페인은 그보다 더 잘했다.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의 질과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전차군단 공격진의 슈팅 기회 또한 급감했다. 독일의 슈팅 수는 90분간 5개에 그쳤고, 이중 유효슈팅은 2개 뿐이었다. 스페인이 13개의 슈팅 중 5개를 골대 안쪽으로 쏟아낸 것과 비교되는 데이터다.
빼앗긴 주도권을 회복하지 못한 채 스스로 무너져내린 독일 선수들은 결국 '결승행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스페인의 들러리 역할에 그치며 쓸쓸히 그라운드를 떠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