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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별의 1집 '새벽별'은 제목처럼 은은했다. '솜사탕'의 소박함과 '해피송'의 따뜻함. '새벽별'은 사춘기 소녀가 일상의 결을 노래하듯 여렸지만 투명했다. 유약해 보이는 목소리와 달리 뚝심 있게 직접 곡을 쓰고 가사를 붙여 1집을 일군 박새별. 봄볕이 따사로웠던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 그녀의 가수로서의 지문을 투박한 인터뷰로 비춰봤다.
-어떻게 안테나뮤직 식구가 됐나.
▲ 루시드폴 2006년 공연에 오르간 세션을 하면서 안테나뮤직을 알게 됐다. 그리고 오디션을 봐서 들어가게 됐다. 사장님은 마음에 안 들었으나 유희열 오빠가 강력하게 추천했다고 하더라.(웃음) 유희열 오빠가 내가 만든 데모곡득고 '센스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고 했다고 한다.
-가수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도 궁금하다.
▲ 2005년 말 대학교 1학년 마치고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불연 듯 들었다. 잠시 뒤돌아보니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적이 없고 또 남이 하라고 하니 그리고 이게 맞다고 해서 했던 것들 뿐이더라. 대학교 들어가서도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었다. 남들처럼 취업 준비하면서. 그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닌데 적어도 취업에 대한 나의 가치부여는 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평생 살아야 하나'라는 권태로움이 밀려와 우울증도 겪었다.
하지만 음악을 시작하게 되면 그간 원하지 않은 곳에서 쏟았던 열정을 내가 좋아하는 곳에 쏟으면 인생이 얼마나 아름다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희열 오빠가 당시 곡을 써봐라 제안해주셨던 것도 자극제가 됐고.
-가수 혹은 뮤지션으로서의 재능이 있다고 느낀 적은 언제인가.
▲ 특별한 재능은 모르겠다. 다만 귀가 좋은 편이다. 음악 들으면 악보 없이도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다. 대학교 다닐 때 동아리 축제 때 카페를 했었는데 사람들의 신청곡 받고 온종일 앉아 연주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음악이라는 것을 가장 크게 느꼈던 것 같다.
-2008년에 미니 음반이 나오기는 했지만 1집이 나오기까지 5년이나 걸렸다.
▲ 기다림이 힘들지는 않았다. 안테나뮤직은 회사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좋은 음악을 만들어 설득해야 하는 곳이니까. 회사에서 해주고 안 해주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왜 못할까'라는 자책이 오히려 컸다. 회사에서 나만의 음악을 해야 살아남는다고 개성을 강조했으니까. 지난 5년은 내 음악 색을 찾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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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지난 2008년 미니 음반 '다이어리'보다는 확실히 풍성해진 느낌이다. 보사노바 곡도 있고 장르의 외연도 넓어졌다.
▲ '다이어리'는 내가 다 드러나지 않는 음반이었다. 급하게 작업했던 탓이 컸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자'란 생각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많이 담았다.
-하지만 두 음반 중 '어떤 게 박새별 색깔인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있다.
▲ 1집 가수만이 할 수 있는 길 찾기, 바로 이게 신인의 특권이 아닐까 싶다. 주위에서 1집은 '질러야 한다'고 하더라. 아주 좋으면 다음 음반이 더 부담되니까. 물론 아예 안 좋으면 기회가 없겠지만.(웃음)
-안테나뮤직에서 유일한 여자가수자 막내다. 선배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것 같다.
▲ 회사에서는 구박만 받는데 많은 사람이 예쁨만 받을 거라고 생각하더라.(웃음) 여자 가수라도 패션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는다. 정재형 오빠나 유희열 오빠가 워낙 패셔니스타라.
-음악적으로 가장 도움이 됐던 선배는 누군가.
▲ 당연히 사장님이다. 다른 뮤지션 선배들은 다들 음악 하시는 분들이라 다른 가수의 음악에 비평이 많지 않다. 잘하면 인정해주지만 별로면 말을 안하는 식이다.
타이틀곡 '물망초'같은 경우는 루시드폴 오빠의 도움이 컸다. 내가 가사 때문에 험들어하자 곡을 보내달라더니 가사를 써서 보내주셨다. 곡에 맞는 가사가 안나와 음반 수록을 포기하려던 노래였는데 정말 고마웠다. 감동의 눈물이 날 정도였으니까. 다시 한 번 루시드폴 오빠는 '천재구나'란 생각도 하게 됐고.
-여자 싱어송라이터가 자리잡기 어려운 게 가요계 현실이다. 명문대(연세대학교 심리학과)출신인데 계속 음악 외길 인생만 갈 생각인가. '투잡족'(Two-Jobs)도 방법일 수 있는데.
▲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잘한 거 맞나'라는 생각도 든다.(웃음) 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사람들과의 소통의 욕구 그리고 음악에 대한 창작욕은 숙명인 것 같다. 돈을 벌고 싶어서가 아닌 본능 같은. 지난 2월 졸업하면서 고민도 했다. 하지만 '인생에 한 번 정도는 올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앞으로 음악 활동에 대한 각오도 들려달라.
▲ 좋은 곡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기쁘거나 슬플 때 찾게 되는 음악. 내 팬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음악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가수가 되고 싶다. 조원선 선배님이 롤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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