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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상은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의 경기에서 9이닝 동안 단 3안타만 내주고 한 점도 주지 않는 완벽한 투구로 생애 첫 완봉승을 거뒀다. 투구수가 102개로 올시즌 최고투수 완봉승이었다. 4사구를 2개밖에 내주지 않아 투구수를 줄일 수 있었다.
2006년 입단한 유원상은 늘 '미완의 대기'였다. 입단 당시 5억5000만원이라는 한화 구단 역사상 신인 최고 계약금을 받았다. 입단 동기로 현재 한국 최고의 좌완투수로 성장한 류현진(2억5000만원) 보다 2배 이상 많은 금액이었다. 187cm 88kg의 당당한 체격에서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가지고 있었다. 유승안 현 경찰청 감독의 아들이라는 점도 그를 더욱 주목하게 했다.
하지만 유원상은 지난 해까지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08년부터 꾸준히 선발투수로서 기회를 잡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데뷔 후 지난 해까지 그가 거둔 성적은 12승15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5.37로 초라하기만 했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 위주의 투구로 윽박지를 줄만 알았지 타자를 상대하는 법을 몰랐다. 특히 제구력이 늘 문제였다. 힘으로 승부하려고 하다보니 공이 가운데로 몰리거나 바깥으로 빠지기 일쑤였다. 지난 해 9이닝 당 평균 볼넷 개수는 5.80이나 됐다. 삼진 개수 보다 볼넷수가 훨씬 많았다. 피안타율은 3할4리나 됐다.
하지만 올해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 위주의 승부에서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 사용 빈도를 높여 타자와 보다 효과적인 승부를 펼치고 있다. 지난 해까지는 찾아볼 수 없었던 완급조절도 나름대로 해내고 있다.
물론 빠른볼 구속은 줄었다. 23일 LG전에서 유원상의 직구 최고구속은 143km에 머물렀다. 강속구 투수라고 부르기 쑥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구속이 줄어든 대신 볼넷도 함께 줄었다. 올시즌 5경기 32이닝 동안 볼넷은 14개 뿐이다. 9이닝 당 평균 볼넷이 약 3.93개로 지난 시즌 보다 1개 이상 줄어들었다.
유원상은 빠른볼을 포기한 대신 타자와의 승부 요령을 배웠다. 진정한 투수가 된 것이다. 올시즌 5차례 등판 가운데 11일 롯데전 5이닝 5실점을 제외하고 나머지 경기는 결과가 만족스러웠다. 퀄리티스타트가 3경기나 되고 최근 2경기에선 16이닝 동안 단 1실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유원상이 이처럼 투구에 눈을 뜬 데는 지난 스프링캠프에서의 집중 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 유원상은 지난 겨울 전지훈련에서 연습투구수를 줄이는 대신 공 하나하나를 던질 때마다 밸런스와 집중력을 유지하는데 주력했다. 빠른볼 구속에 대한 집착을 버렸고 제구력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유원상은 LG전을 마친 뒤 "예전과 비교했을때 마운드에서 있는게 한결 편해졌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만큼 심리적인 불안함을 털고 자신감을 얻었다는 의미다. 성준 투수코치도 "자기 컨트롤이 잘 되고 있다"라며 "이날 승리가 유원상에게 큰 자신감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각 팀마다 겨우 20경기 안팎을 치렀을 뿐이다. 유원상이 확실히 에이스급 선발투수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는 아직 시기상조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지난 해와는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강속구만 뿌릴 줄 알던 기대주에서 타자를 상대할줄 아는 진정한 투수로 성장하고 있는 유원상이 어디까지 도약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