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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나타샤 레니에(35)는 국내 관객들에게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그는 프랑스 영화계에서 연기파 배우로 인지도가 높다. 영화배우로 데뷔 한 뒤 두 번째 영화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La Vie Revee Des Anges)으로 1998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에릭 종카 감독의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은 상반된 성격을 가진 두 명의 여주인공이 서로 함께 살게 되면서 겪는 갈등과 화해 그리고 소소한 일상을 그린 작품. 나타샤 레니에는 에로디 보체스와 함께 공동여우주연상 수상의 영광을 안으며 일약 프랑스 영화계의 기대주로 부상했다.
◇ 9년만에 다시 찾은 부산...영화제 발전상에 놀라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나타샤 레니에는 부산 방문이 처음이 아니라고 밝혔다. 지난 1998년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아 남포동 거리의 열기를 맛봤다는 것. 이후 9년 만에 다시 찾은 부산영화제의 발전에 놀랐다는 나타샤 레니에는 “해운대의 변화된 모습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한국 영화계가 스크린쿼터 운동을 통해 할리우드의 무차별적인 공세에 저항할 때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던 곳이 바로 프랑스 영화계다. 특히 프랑스에서 열리는 칸국제영화제 측은 한국의 스크린쿼터 운동에 공식적인 지지를 나타냈다. 나타샤 레니에 역시 할리우드 영화가 각국의 영화를 획일화 시킨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개인적으로는 할리우드 영화에 별 관심이 없다”고 못을 박은 나타샤 레니에는 최근 프랑스 영화계가 할리우드식의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고 지적하자 “상업영화가 만연해지는 프랑스의 현재 상황에 대해 부정적이다”고 말했다. 대형 블록버스터의 제작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작품성을 지닌 작은 영화들의 제작이 어려워진다는 것. 그는 “대작들의 쏠림현상으로 인해 프랑스 영화 특유의 개성이 드러난 작품들이 갈수록 줄어든다”고 걱정했다.
나타샤 레니에는 "현재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한국영화를 비롯한 아시아 영화들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간 한국영화가 많이 알려진 편은 아니었지만 김기덕, 박찬욱,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조명을 받으며 영화 팬들 사이에 회자가 되고 있다는 것.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봤다는 나타샤 레이어는 “한국영화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 강렬한 주제의식과 깊이가 느껴졌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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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에서 만난 전도연...위축됨 없이 활달해 인상적
1998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때의 감흥이 어떠했는지 질문을 던졌다. 나타샤 레니에는 “전혀 기대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을 받았다”며 “어렸을 적부터 너무나 배우가 하고 싶었기 때문에 상을 받고 나서 이제 배우 합격증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자신에게 캐스팅 제의가 쏟아지면서 수많은 영화에 출연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부산영화제의 별칭이 한국의 칸영화제라고 하자 “칸영화제는 영화인들에게 선물”이라고 전제 한 뒤 “한국 관객들의 질문이 조금 더 날카롭고 영화에 주의를 많이 기울이시는 것 같다”며 “매번 다른 질문을 하는 기자들의 질문도 흥미롭고 즐겁다”고 말했다.
올해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과 어떤 에피소드는 없었냐고 물었다. 나타샤 레니에는 “역대 여우주연상 수상자 자격으로 영화제에 갔었다”며 “칸에서의 만찬 시간에 전도연을 봤다. 수많은 영화계의 스타들 틈바구니 속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너무 밝고 활달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전도연이 60주년 칸영화제의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았을 때 나타샤 레니에는 어느정도 감이 왔기 때문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인터뷰에 배정된 시간이 다 지났을 즈음 “불교신자냐”고 묻자 활짝 웃으며 “어떻게 알았냐”고 되물었다. “목걸이를 보고 알았다고 전했더니 살짝 손을 합장했다. 부산 근처의 범어사와 용궁사를 알려줬더니 “가보고 싶다”며 일정표를 확인했다. 수수한 옷차림에 화장기가 거의 없었던 여배우는 그윽한 웃음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글,사진=김용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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