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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월드컵 영웅 박지성은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배웠는데 또 까먹고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클린스만 사태를 겪고도 협회의 감독 선임 절차는 신뢰를 얻지 못했다.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 파동을 겪고도 협회의 자정 능력은 의심받았다. 명색이 월드컵 본선 11회 연속 진출국인데 이번 대회에 국제심판 1명 보내지 못했다. 이쯤 되면 특정 감독의 전술 실패나 특정 회장의 사퇴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시스템 실패다.
한국 축구는 밑바닥부터 전면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다. 그 첫걸음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제도 개편이어야 한다. 정몽규 회장이 물러난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지금처럼 제한된 선거인단 구조가 유지된다면 이름만 다른 ‘제2의 정몽규’가 나올 수 있다. 회장이 바뀌어도 선거판을 움직이는 이해관계와 인맥 구조가 그대로라면, 협회는 다시 같은 길을 간다. 그 끝에는 ‘제2의 홍명보’ 선임 논란이 기다릴 것이 뻔하다.
협회장 선거는 더 넓게 문이 열려야 한다. 선거인단을 대폭 확대하고, 엘리트 축구인뿐 아니라 지도자, 선수, 심판, 유소년 현장, 여자축구, 생활축구의 목소리까지 반영해야 한다. 좁은 울타리 안에서 수장을 뽑으면 밖이 아니라 내부 권력을 먼저 보게 된다.
감독 선임 절차 투명화도 이뤄져야 한다. 대표팀 감독 선임에는 최소한 납득 가능한 기준과 과정이 있어야 한다. 왜 그 선택을 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설명하지 못하는 선임은 결과가 나쁘면 곧바로 불신이 된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적 예다.
이번 실패를 또 ‘아쉬운 경험’으로 포장하면 한국 축구는 더 깊이 가라앉는다. 정몽규 이후가 정몽규 이전과 같다면, 한국 축구의 다음 월드컵도 이미 절반은 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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