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기백 기자] 영화계 최대 현안 중 하나인 홀드백(극장 영화가 다른 플랫폼에 유통되기까지의 유예 기간)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침체한 영화산업을 되살릴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으면서다.
빨라진 OTT 공개, 커지는 홀드백 요구
정부와 영화계는 최근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올해 8월까지 ‘홀드백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무너진 극장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극장 상영 이후 일정 기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개를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극장 개봉작의 OTT 공개 시점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올해 2월 개봉한 영화 ‘휴민트’는 개봉 49일 만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과거 수개월에 달하던 극장 독점 상영 기간이 크게 짧아진 셈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조금만 기다리면 집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는 만큼 극장 관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극장업계가 홀드백 법제화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홀드백 논의가 극장 보호에만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영화산업은 극장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제작사와 투자·배급사,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다. 극장을 살리겠다는 명분 아래 제작·배급사의 사업 운영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최근 한국 영화계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제작 편수 감소다.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신규 프로젝트는 줄고 있고, 중소제작사 영화는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홀드백이 강제되면 일부 작품은 OTT 판매 시점을 놓치거나 수익 회수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특히 극장 흥행 가능성이 높지 않은 작품까지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받게 되면 제작·배급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부담이 된다. 결국 자금 회전이 둔화하고, 이는 제작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영화 생태계도 함께 봐야
홀드백 논의는 상생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일정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면 극장 역시 책임을 나눠야 한다. 현재 논의는 영화가 OTT로 향하는 속도는 늦추면서도 정작 극장에서 충분한 상영 기회를 보장하는 방안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일부 작품은 개봉 첫 주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빠르게 스크린에서 밀려난다. 제작·배급사 입장에서는 홀드백 기간을 감수했음에도 충분한 상영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상영 기간 보장, 다양성 영화 편성 확대, 일정 규모 이상의 스크린 확보 등 극장 역시 일정 부분 의무를 부담해야 비로소 균형이 맞는다. 그래야 제작·배급사도 홀드백을 단순한 규제가 아닌 산업 생태계를 위한 장치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홀드백의 목적이다. 홀드백은 한국영화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지금 필요한 것은 OTT 공개 시점을 늦추는 논의가 아니라 극장과 OTT, 제작·배급사가 함께 생존할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홀드백은 극장만이 아닌 한국영화 전체를 살리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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