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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경기 중인 임성재는 티샷의 정확도와 아이언샷의 안정감에선 합격점을 줄 정도로 만족해했다. 그러나 이따금 아시안투어 특유의 잔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실수가 나온 게 아쉬웠다.
2라운드 11번홀(파4)에선 익숙하지 않은 잔디 품종으로 공을 페널티 구역에 빠뜨리는 실수를 했다. 티샷한 공이 페어웨이를 벗어나 러프에 떨어졌고, 아이언으로 쳐서 온 그린을 노렸으나 공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면서 그린 왼쪽에 있는 페널티 구역에 떨어졌다. PGA 투어나 한국에서 처럼 잔디에 익숙했더라면 하지 않았을 실수인데, 9년 만에 나온 아시안투어에서 코스 적응이 더뎠던 탓이다.
임성재는 “아이언샷을 할 때 종종 클럽이 지면에 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왼쪽으로 당겨지는 샷이 나올 때가 있다”며 “이틀째 경기하고 있지만, 아직도 적응이 덜 됐다”고 아쉬워했다.
아시안투어가 대회가 주로 열리는 동남아시아 골프장의 잔디는 ‘떡잔디’라 불리는 난지형 버뮤다 그라스가 많다. 한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켄터키 블루 그라스나 한지형 잔디와는 전혀 다른 품종으로 잎이 넓고 뿌리가 깊게 박혀 임팩트 때 클럽 헤드가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잔디 아래 지면은 진흙처럼 젖은 상태인 곳이 많아서 아이언샷을 해도 디봇 자국이 길게 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이런 현상으로 풀스윙이 아닌 컨트롤 샷에서는 클럽 헤드가 닫혀서 생각했던 것보다 왼쪽으로 가게 되는 현상이 나오고, 스핀양이 적어 거리가 더 멀리 나가는 현상도 나온다. 해결 방법은 경험이다. 하루 이틀 경기해서 잔디에 적응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아시안투어에서 1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왕정훈은 “아시안투어 특유의 잔디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아시안투어에 처음 오는 선수라면 잔디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 처음에는 느낌이 달라서 방향이나 거리 조절에서 실수가 나올 수 있다. 특히 스핀의 양이 적어져서 공이 생각보다 더 멀리 날아갈 때가 있어서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타수 줄이기에 실패한 임성재는 남은 이틀 동안은 잔디에 적응하고 최대한 버디를 많이 사냥하는 전략을 다짐했다.
임성재가 주춤한 사이 엄재웅이 이틀 합계 7언더파 133타를 쳐 공동 9위에 올랐고, 왕정훈은 공동 34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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