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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4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일반인 참가자가 프로팀의 선택을 받았다. 주인공은 정성조(24·성균관대). 그는 3라운드 2순위로 고양 소노의 부름을 받았다. 선수 경험이 전혀 없는 ‘비선수 출신’이 지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성조는 유소년 농구 교실에서 운동을 시작해 동호인 대회와 3대3 농구를 통해 꾸준히 기량을 쌓았다. 홍대부중에서 약 3개월 정도 농구를 배운 적은 있으나 엘리트 선수 경력은 없다. 프로농구 드래프트에선 엘리트 선수 출신 재수생도 ‘일반인’으로 분류한다.
동호회 무대를 누비던 정성조는 약 5~6년 전부터 국내에서 3대3 농구가 활성화하자 자리를 옮겼다. 3대3 농구에서 이름을 알린 정성조는 프로 무대를 향한 꿈을 키웠고 기적을 만들어냈다.
정성조는 “‘꿈 같다’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내가 눈을 감았다 뜨면 침대에서 일어나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이 될 정도”라며 “호명되고 단상에 오를 때까지의 기억도 거의 없다”라고 지명 순간을 돌아봤다.
정성조는 이번 드래프트를 마지막 기회로 삼았다. 지명되지 않으면 평범한 학생의 삶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그는 “농구 인생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으로 트라이아웃을 뛰었다. 끝나고선 후회도 많이 남았다”라며 “그런 아쉬움이 있었지만 감독님이 저를 뽑아주셔서 정말 좋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성조가 생각한 자신의 지명 이유는 ‘간절함’이었다. 그는 “감독님께서 슛 쏘는 선수를 선호하시는 걸로 알고 이어서 그런 부분을 봐주셨을 것 같다”라며 “열심히 뛰어다니는 게 간절해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김승기 소노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정성조에게 관심이 있었다면서도 “영상으로 봐서는 좀 약하다고 생각했고 스카우트들도 같은 생각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로 보니 내가 좋아하는 ‘열심히 하는 선수’더라”라며 “‘배고픈 선수’인 거 같았다”라고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김 감독은 정성조의 활용 구상도 전했다. “난 작은 능력만 있으면 경기에 투입한다”라고 말한 김 감독은 “정성조가 주어진 기회를 잡으면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긴 시간은 아니어도 수비하고, 공 따내고, 3점 슛을 넣어주면 5~10분은 뛸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드래프트 지명의 기쁨도 잠시, 이제 정성조는 냉혹한 프로 세계에 뛰어든다. ‘비선출의 기적’에서 끝나지 않기 위해선 더 많은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정성조는 프로 무대 도전 과정에서 개인 기술이나 공격적인 부분은 인정받았으나 수비에선 더 발전해야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감독의 구상대로 뛰기 위해서도 하루빨리 끌어올려야 하는 부분이다.
정성조는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잘하는 게 별로 없는 거 같다”라며 “특히 공 없을 때 움직임이나 수비, 체력을 먼저 보충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프로농구 경기에서 슈퍼스타 선배들을 보며 로망을 품어왔으나 지금은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할 때”라며 “겸손하게 하나하나 많이 배워야 한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끝으로 정성조는 “‘비선출’이라는 한계를 한 번 뛰어넘었으나 계속 꼬리표로 붙어 다닐 것”이라면서 “이것도 떼어내고 한계를 넘어야 진짜 농구선수가 될 수 있다”라고 다음 목표를 향한 전진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