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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G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8억원)에 참가하는 안신애(34)가 골프채를 내려놓을 때까지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고 다짐했다.
안신애는 30일부터 경기 용인시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리는 KG 레이디스 오픈에 출전해 2주 연속 국내 팬들 앞에 선다. 이 대회 출전은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2009년 KLPGA 투어로 데뷔한 안신애는 화려한 외모와 뛰어난 경기력으로 오랜 시간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6년까지 K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둔 뒤 JLPGA 투어로 무대를 옮겨서도 한국에서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투어 활동을 해온 그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직후 투어 활동을 중단했다. 조용히 자취를 감춰 은퇴설이 돌았다. 그러나 지난해 말 4년의 침묵을 깨고 J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Q스쿨)을 통과해 투어로 복귀했다. 긴 시간 ‘프로’라는 타이틀 내려놓았기에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당당히 Q스쿨을 통과했다.
안신애는 “꼭 해봐야겠다는 마음보다 다시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다”며 “실력이 좋았다기보다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했기에 실패하더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런 마음이 오히려 경기에 좋은 영향을 줘 다시 투어로 돌아오는 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Q스쿨을 일컬어 ‘지옥의 레이스’라고 부른다. 몇 년씩 준비해도 합격증을 받지 못하는 선수도 많다. 1년 동안의 운명을 좌우하는 단 한 번의 기회인 만큼 부담이 커 실력과 함께 배짱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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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공백에도 Q스쿨을 통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는 이른바 ‘구력’이다. 그는 “Q스쿨을 준비할 때만 해도 4년 동안 투어에 나가지 않았으니 아마도 ‘공을 잘 치는 주말골퍼’ 수준이었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복귀하기로 마음먹은 뒤 3개월 동안 열심히 준비했다. 지난 20년 간 늘 골프를 해왔던 만큼 구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신애는 데뷔 시절부터 ‘골프천재’란 평을 들었다. 장타나 달인 수준의 퍼트 실력을 갖추진 않았으나 영리한 플레이가 돋보여 붙여진 수식어다. Q스쿨에서 그의 잠자고 있던 천재성이 다시 살아난 셈이다.
Q스쿨을 통과해 투어로 복귀했으나 4년의 긴 공백 탓인지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승을 꿈꾼다. 그는 “우승하고 싶은지 요즘 가끔 우승하는 꿈을 꾼다”며 “너무 생생해서 ‘진짜 우승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한 번은 연장전에 가서 우승하는 꿈을 꾼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며 “대회가 열리는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이 장타에게 유리한 조건이지만, 그 어떤 조건의 코스에서도 퍼트감이 좋은 선수를 이길 수는 없다. 멀리 치는 선수는 아니지만, 내게도 우승이라는 기회는 올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정상에 오르고 싶은 속내를 엿보였다.
안신애의 골프인생은 점점 마지막을 향해가고 있다. 동갑내기 유소연은 지난 4월 은퇴해 필드를 떠났다. 안신애는 “나의 골프인생을 골프에 비유하자면, 후반전의 후반이다. 아마도 16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골프에선 마지막 3홀이 중요하다. 승부홀이라고 할 수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승부를 걸어보고 싶다”고 멋진 마무리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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