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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30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린 유로2024 16강전에서 ‘복병’ 스위스에 힘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0-2로 무너졌다.
이탈리아는 지난 2021년에 열린 유로2020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디펜딩 챔피언이다. 게다가 스위스에는 최근 31년 동안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 경기가 열린 올림피아슈타디온은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에서 프랑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역사적인 장소였다.
그런데 결과는 변명의 여지 없는 완패였다. 볼점유율은 51%대49%로 이탈리아가 근소하게 앞섰지만 슈팅 숫자는 11대16으로 밀렸다. 유효슈팅은 겨우 1개뿐이었다. 이탈리아가 답답한 경기를 이어가는 동안 스위스는 전반 37분 레모 프로일러(볼로냐), 후반 1분 루벤 바르가스(아우크스부르크)가 잇따라 골망을 흔들었다.
호사가들은 이탈리아가 유로 대회 징크스의 희생양이 됐다고 말한다. 디펜딩 챔피언이 다음 대회에서 어김없이 16강에서 탈락한다는 것이다.
그 시작은 토너먼트가 16강으로 확대된 유로2016 대회다. 전 대회 유로2012 우승팀이었던 스페인은 유로2016에서 이탈리아에 덜미를 잡혀 탈락했다. 유로2016 우승팀인 포르투갈은 유로2020 16강에서 벨기에에 패해 역시 쓴맛을 봤다. 그리고 유로2020 결승에서 잉글랜드를 승부차기 끝에 물리치고 우승했던 이탈리아마저 징크스를 피하지 못했다.
냉정하게 보면 이게 이탈리아 축구의 현주소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유로2020 우승이 어쩌다 잡은 ‘행운’으로 볼 수 있다.
이탈리아는 최근 월드컵에서 2회 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때는 플레이오프에서 스웨덴에 패해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4년 뒤 카타르 월드컵 예선에서는 2차 예선에서 북마케도니아에 0-1로 덜미를 잡혀 또다시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8월 이탈리아 대표팀을 맡은 루치아노 스팔레티 이탈리아 감독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면서도 “지금은 내가 선수들을 알아가는 과정의 일부”라고 답했다. 대표팀 선수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성적을 내기에 시간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지난 시즌 김민재와 함께 나폴리를 33년 만의 세리에A 우승으로 이끌었던 스팔레티 감독은 “난 10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는데 이미 압박받고 있다”며 “팀에 대해 더 잘 안다면 더 나은 준비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때 ‘녹슨 전차군단’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개최국 독일은 8년 만에 메이저 대회 8강에 오르는 성과를 이뤘다.
독일은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16강전에서 덴마크를 2-0으로 눌렀다. 4강에 오른 유로2016 이후 월드컵과 유로 대회에서 번번이 일찍 탈락했던 흑역사를 지웠다.
독일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에 패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어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16강에 오르지 못하는 쓴맛을 봤다. 유로2020에서는 잉글랜드와 16강전에서 0-2로 져 일찍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