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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은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우뚝 섰다. 지난 2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와 홈 더블헤더 1차전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김도영은 0-5로 뒤진 4회말 선두 타자로 등장해 솔로 아치를 그렸다. 올 시즌 그의 20번째 홈런이었다. 그가 홈런을 빼앗은 선수는 다름 아닌 한국 야구 최고의 투수 류현진(한화이글스)이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주름잡았던 대투수를 상대로도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MLB 빅리거의 방망이를 수없이 헛돌게 했던 ‘주무기’ 체인지업을 거침없이 받아쳐 외야 담장을 넘겼다.
김도영은 이 경기 전에 이미 도루 22개를 성공시킨 상태였다. 여기에 홈런 20개를 채우면서 KBO리그 역대 57번째 ‘20홈런-20도루 클럽’ 회원이 됐다. 더 놀라운 것은 정규시즌이 이제 전반기를 막 지났다는 점이다. KIA는 이날 올 시즌 76번째 경기를 치렀다. 남은 경기는 이보다 68경기다.
KBO리그 역사상 전반기에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것은 1996년과 2000년 박재홍(당시 현대유니콘스), 1999년 이병규(당시 LG트윈스), 2015년 에릭 테임즈(당시 NC다이노스)에 이어 김도영이 5번째다. 지금 페이스라면 40홈런-40도루도 기대해 볼 만하다.
KBO리그 역사상 40홈런-40도루는 2015년 테임즈, 딱 한 명만 달성했다. 당시 테임즈는 47홈런 40도루를 성공했다. 한국보다 역사가 훨씬 긴 일본프로야구는 40홈런-40도루가 단 한 명도 없다. 심지어 150년이 넘는 역사의 MLB도 단 5명 만이 이 기록을 세웠을 뿐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41홈런 73도루라는 엄청난 기록을 수립했다.
현실적으로 40홈런-40도루가 쉽지 않다고 해도 30홈런-30도루는 충분히 가능한 수치다. 30홈런-30도루도 KBO리그에서 단 6명만 달성했다. 만약 김도영이 30홈런-30도루를 달성한다면 2000년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이후 무려 24년 만에 이 기록을 세우는 토종선수가 된다.
김도영의 지금 활약은 정규시즌 MVP를 노려보기에도 충분하다. 그는 24일 현재 타율 0.341, 20홈런, 56타점, 2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10을 기록 중이다. 타율 6위, 홈런, 공동 2위, 도루 7위, OPS 2위에 올라와 있다. 지금 활약이 식지 않는다면 최연소 타자 MVP 탄생도 결코 꿈이 아니다
참고로 역대 최연소 MVP 기록은 2006년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석권했던 류현진이 보유하고 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19살이었다. 타자로선 1997년 당시 삼성 소속이었던 이승엽 현 두산베어스 감독이 21살에 MVP로 선정됐다. 이승엽 감독은 그 시즌을 발판삼아 한국프로야구 전설로
우뚝 섰다.
20호 홈런을 때린 뒤 홈런공에 자신의 이름 대신 ‘류현진’이라고 썼던 김도영은 “30홈런-30도루 같은 기록은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올해 계속 안 다치고 풀타임을 뛰면서 팀이 이기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건 다 신경쓰지 않더라도 3할 타율은 지키고 싶다”는 바람은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