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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 한화 이글스 신임 대표이사가 김경문 감독에게 직접 유니폼을 입혀준 뒤 모자를 전달하자, 김 감독이 취재진에게 이같이 물으며 쑥스럽게 웃어 보였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김경문호’의 출발을 알렸다. 한화는 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김경문 제14대 한화 이글스 감독 취임식을 진행했다. 한화는 전날인 2일 김경문 감독과 총 3년, 총액 20억원(계약금 5억원·연봉 15억원)에 감독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한화의 상징 색상인 주황색 넥타이를 매고 취임식에 나선 김경문 감독은 등번호 74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선수단 대표인 주장 채은성과 류현진이 건넨 꽃다발을 받았다.
김경문 감독은 “류현진과 함께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금메달을 땄던 생각이 난다.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며 “현장 밖에 있으면서 여러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면서 한화를 강팀으로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김인식·김응용·김성근도 겪은 ‘명장 잔혹사’ 끊을까
김경문 감독은 프로팀과 국가대표팀을 모두 맡았던 풍부한 경험이 장점이다. 위기의 한화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그의 선임 배경이다. 그러나 ‘국민 감독’ 김인식, ‘우승 청부사’ 김응용, ‘야신’ 김성근 감독처럼 명장들도 한화에서는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김경문 감독에게도 우려가 교차하는 게 현실이다.
김경문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은 없지만, 프로팀과 대표팀에서 이미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KBO리그 감독으로 통산 896승30무774패의 결과를 낸 명장이다. 두산 베어스를 6번, NC 다이노스를 4차례나 가을야구로 이끌었고,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쓴 주역이기도 하다.
류현진이 합류하고 신인왕 문동주, 홈런왕 노시환을 보유한 한화로서는 김 감독이 숙원인 가을야구로 팀을 이끌기를 기대한다.
물론 우려도 있다. 지난 2019년 이후 5년가량 현장을 떠나 감이 무뎌졌을 것이라는 지적이 가장 많이 나온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면 명망이 높았던 김인식, 김응용, 김성근 감독처럼 좌절을 경험할 수도 있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이른바 ‘삼김’(三金) 김인식, 김응용, 김성근 감독도 한화에서의 마지막은 쓸쓸했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한화를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은 2008년 5위, 2009년 8위로 팀이 하위권으로 밀려나면서 계약만료로 자연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놨다.
팀이 암흑기에 빠져 있던 2010년대에는 KBO리그에서 1000승 고지를 밟은 두 명의 감독 김응용, 김성근 감독이 사령탑에 올랐지만 여전히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김응용 감독은 2013년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으나 2014년까지 내내 최하위에 머물다 재계약 없이 물러났다. 김응용 감독에 지휘봉을 넘겨받은 김성근 감독은 계약 기간을 채우지도 못했다. 김성근 감독은 성적 부진 속 계약 마지막 해인 2017년 6월 옷을 벗었다.
이제 시선은 김경문 감독에게 향한다. 김 감독은 두산 사령탑 시절 ‘육상부’로 불리는 뛰는 야구와 새 선수를 발굴하는 ‘화수분 야구’로 팀을 ‘가을야구 단골’로 만들었다. 신생팀 NC에서는 1군 데뷔 2년 차이던 2014년 3위로 가을야구 진출을 이루는 등 빠르게 팀을 성장시켰다.
◇“승률 5할 맞추는 것 우선…이후 포스트시즌에 초점”
취임식에 이어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경문 감독은 구체적인 목표를 덧붙였다. 그는 “(과거 감독 시절 우승을 하지 못하고) 2등만 한 것이 아픔이었다. 한화와 함께, 팬들과 함께 꼭 우승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 시즌은 승률 5할을 맞추는 것이 우선”이라며 “그 이후 포스트시즌에 초점을 두고, 성적이 올라온다면 다음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김경문 감독은 한화에서도 익숙한 등번호인 74번을 단다. 두산 베어스 사령탑 시절부터 행운(7)과 액운(4)이 함께한다는 의미로 74번을 꾸준히 사용해 왔다.
김 감독이 KBO리그 사령탑에 오른 건 2018년 6월 NC 다이노스 감독에서 물러난 뒤 6년 만이다. 이후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에서 국가대표팀을 이끌었고 2022년에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연수를 받았다.
김 감독은 “제가 본 한화의 장점은 젊은 투수들이다. 그 투수들을 바탕으로 한화가 점점 강해지는 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믿음의 야구’는 변치 않는 저의 야구 철학이다. 선수들을 믿고 기다리려고 한다. 아버지 리더십과 형님 리더십을 모두 장착해 선수들이 현장에서 편하게 야구하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날 기준 한화는 24승 32패 1무(승률 0.429)로 리그 8위에 자리했다. 9위 롯데 자이언츠, 10위 키움 히어로즈와 각각 1게임, 2게임 차밖에 나지 않는다.
김 감독은 “몇 가지 팀의 보완점을 생각했지만 굳이 우리 팀의 아픈 부위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며 “야구는 한 사람이 잘해서 이기는 운동이 아니다. 팀워크가 필요한 종목이다. 지금 특히 팀이 어려우니 같이 마음을 모아서 한 경기씩 풀어가자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말미 김 감독은 “한화 유니폼을 입으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한화가 강팀, 상대가 두려운 팀이 되도록 스태프, 선수단과 같이 노력해서 팬들께 좋은 플레이를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