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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 통산 20승을 일군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7·하나금융)가 박인비(36) 이후 8년 만에 ‘최연소’ 명예의 전당 입성을 정조준한다.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레이크 노나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끝난 LPGA 투어 2024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15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엮어 2언더파 70타를 친 리디아 고는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2022년 11월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 이후 1년 2개월 만에 LPGA 투어 통산 20승을 쌓은 리디아 고는 우승 상금 22만5000 달러(약 3억원)를 획득했다. 통산 상금 1716만7692 달러(약 229억3000만원)를 쌓아 투어 최다 상금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만 27세가 되기 전에 LPGA 투어 20승을 기록한 선수는 리디아 고가 역대 7번째다. 아울러 통산 20승은 LPGA 투어 최다승 공동 1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현재 출산 휴가 중인 박인비(21승)보다 1승 모자란다.
2012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캐나다 여자오픈을 제패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리디아 고는 2016년까지 14승을 쓸어 담고 최연소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등 ‘골프 천재’로 맹활약했다. 그런 리디아 고도 이후 5년간은 단 2승에 그칠 정도로 슬럼프를 면치 못했다. 그때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외아들인 정준 씨를 만나면서 심적인 안정을 찾았고, 2022년 3승을 거두며 세계랭킹 1위를 탈환했다. 그해 말 정준 씨와 결혼한 리디아 고는 ‘꽃길’만 걸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해도 녹록지 않았다. 우승 없이 20개 대회에서 톱10 2차례에 그치는 등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1위였던 세계랭킹은 12위까지 떨어졌다.
리디아 고는 이날 14개월 만에 우승을 차지한 뒤 “지난해 힘든 시즌을 보내면서 많이 울었다. 나는 최고의 여성 골퍼들과 경쟁하고 있다. 사람들은 골프가 쉽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털어놨다.
그는 좌절하고 있지만 않았다. 지난해 10월부터 고진영 등을 지도하는 유명 스윙 코치인 이시우 코치를 영입해 함께 작업했다. 2개월 전부터는 남편과 함께 사는 샌프란시스코 대신 플로리다에서 오프시즌을 보내면서 훈련에 집중했다. 이시우 코치와의 작업과 맹훈련은 곧바로 효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3위에 올랐고, 12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이슨 데이(호주)와 함께 출전한 이벤트 대회 그랜트 손턴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했다. 또 이번 개막전 우승까지 상승세가 이어졌다.
이번 우승으로 리디아 고는 LPGA 명예의 전당 입성에 필요한 27점 중 26점을 쌓았다. 대기록에 단 1점을 남겼다. LPGA 투어 우승, 시즌 평균 타수 1위, 올해의 선수상 수상, 올림픽 메달 획득 등에 명예의 전당 포인트 1점이 주어지고,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면 2점을 받는다. 박인비가 2016년 만 27세 10개월 28일의 나이에 역대 최연소 LPGA 명예의 전당 입회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현재 26세 9개월 9일인 리디아 고가 8년 만에 대기록에 도전한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명예의 전당 입성을 위해 힘썼다. 다만 그 목표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는 않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골프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나는 그저 골프 경기를 하는 한국 태생의 뉴질랜드 선수다. 내가 올림픽에서 경기하고 LPGA 투어에서 우승할 거라는 건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디아 고는 파리올림픽 금메달도 올해 목표 가운데 하나로 내건 상태다.
한편 한국 선수 중에서는 지난해 신인왕 유해란(23)이 공동 12위(4언더파 284타)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고, 양희영(35)이 공동 22위(1오버파 289타), 전인지(30)가 공동 30위(7오버파 295타)로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