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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영화 ‘비공식작전’에 이어, 추석을 앞두고 ‘1947 보스톤’으로 또 스크린 관객과 만나는 배우 하정우는 ‘비공식작전’의 흥행 부진에 대한 속상한 심정을 솔직히 털어놨다. 다만 “심혈을 기울인 작품으로 드라마가 굉장히 강하다”는 말도 덧붙이며 올해 두 번째 스크린작 ‘1947 보스톤’을 향한 확신과 애정, 자신감도 함께 내비쳤다.
하정우는 31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1947 보스톤’의 제작보고회에 강제규 감독, 배우 임시완, 김상호와 함께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충무로의 ‘믿보배’ 흥행 보증수표 하정우가 ‘비공식작전’으로 유난히 경쟁이 치열했던 여름 극장가에 이어, ‘1947 보스톤’ 개봉을 통해 추석 극장가에 한 번 더 도전장을 내민다.
올 여름 극장가는 한국 영화들간 경쟁 환경이 유독 가혹했다.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부터 디즈니, 픽사 ‘엘리멘탈’ 등 외화들의 공세 속, 제작비 180억 원 이상의 한국 영화 대작 ‘빅4’(‘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같은 시기 개봉해 치열한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하정우가 ‘신과함께’ 이후 주지훈과 의기투합해 ‘터널’ 김성훈 감독과 재회한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은 대작들 중에서도 모로코 해외 로케에 300억 원이 넘는 거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여름 영화 기대작이었다. ‘비공식작전’은 하정우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기대가 높았지만, ‘교섭’, ‘모가디슈’ 등 ‘피랍’을 소재로 다룬 기존 작품들로 인해 개봉 전 기시감이 든다는 우려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시사회 이후 같은 소재를 ‘버디 액션’이란 장르로 유쾌하고 인간애적으로 풀어낸 스토리, 배우들이 거의 직접 다 소화한 스케일 큰 액션신들로 우려를 금세 극찬으로 바꾼 수작이다. 실관람객 반응도 좋았고, 실관람객 평점 지표인 CGV에그지수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파이 경쟁에 밀려 105만 관객이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비공식작전’의 안타까운 흥행 실패를 딛고 또 다른 극장가 대목인 추석에 주연 배우로서 ‘1947 보스톤’을 개봉하는 하정우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정우는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비공식작전’의 흥행 성적에 대해 “너무 속상하고 가슴이 아팠다. 내부적으로는 기대가 컸는데 현실이 달랐다”고 고백하면서도,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하정우는 최근 주지훈과 함께 성시경이 운영하는 유튜브 예능 ‘먹을텐데’에 출연해 ‘비공식작전’의 성적표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고백했었다. 당시 작품을 향한 진정성, 흥행에 대한 아쉬움을 소탈하고 진솔하게 털어놔 누리꾼들의 응원을 받기도 했다. ‘비공식작전’ 개봉 전후로 주지훈과 함께, 그리고 각자 수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열혈 홍보 활동을 펼치기도.
다만 그는 “아쉬운 성적표가 제 영화 인생에 있어서 처음 맛 본 것도 아니다”라며 “쓴 고배는 마시고 다시 추스르고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오답노트를 만들어서 더 좋은 작품을 만들 확률을 높이겠다”는 굳은 다짐도 덧붙였다.
주연 배우로서 자신이 출연한 ‘1947 보스톤’을 향한 확신과 애정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1947 보스톤’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라며 “드라마가 굉장히 강하다. 손기정 선생님 역할을 맡은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웅장해지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9월 27일 개봉하는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실화 바탕 이야기다. 배우 하정우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역을, 임시완이 ‘손기정’의 제자로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던 ‘서윤복’을 연기했다. ‘태극기 휘날리며’, ‘장수상회’, ‘쉬리’ 등으로 유명한 강제규 감독이 약 7년 여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기대가 높다.
하정우는 “시나리오가 큰 울림이 있었다”며 “시나리오를 접하기 전까지는 민족의 영웅인 손기정 선생님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태극마크를 달게 됐고,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게 됐는지 과정에 대해선 잘 몰랐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 마음이 움직였다. 무엇보다 강제규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출연계기를 밝혔다.
마라톤 영웅 손기정을 맡으며 임했던 책임감과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하정우는 “많이 뛰었냐”는 MC 박경림의 질문에 “감독 역할이어서 뛰지는 않았고 자전거만 좀 탔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손기정 선생님은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금메달을 따셨는데 그게 굉장히 마음이 아프셨던 것 같다”며 “힘든 시간들을 보내면서 서윤복 선수를 만나 재기를 하고 못 이룬 꿈을 보스톤 마라톤 대회를 통해 이루는 과정을 겪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기정 선생님을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기 때문에 대사도 조심스럽게 했다”며 “감독님께 사소한 것까지 다 여쭤봤다. 손기정님의 실제 성격부터 힘든시간을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등을 물어봤다”고 부연했다.
올 추석 극장가 상황도 여름 때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1947 보스톤’과 같은 날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의기투합한 멀티캐스팅 대작 ‘거미집’과 강동원 주연 코믹 판타지 액션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동시 개봉해 정면 대결을 펼친다.
작품의 성패와 흥행 여부를 떠나, ‘비공식작전’의 애틋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단단해진 하정우가 ‘1947 보스톤’으로 의미있는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