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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여자 수영의 이케에 리카코(23·일본)는 누구보다 거센 물살을 헤치고 항저우로 향한다. 이케에는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6관왕에 올랐다. 여자 선수로는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이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몫이었다.
이케에는 가장 높은 곳에서 큰 파도를 만났다. 2019년 2월 백혈병 진단을 받고 병마와 싸웠다. 그는 1년이 넘는 투병 생활을 마치고 2020년 다시 수영장으로 돌아왔다. 지난 4월에는 2023 일본 수영선수권에서 4관왕에 오른 뒤 “강한 이케에가 돌아왔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서 대한민국 선수단과 숙명의 대결을 펼칠 이들도 있다. 남자 높이뛰기의 무타즈 에사 바르심(32·카타르)은 우상혁(27·용인시청)과 자웅을 겨룬다. 바르심은 2017년 런던을 시작으로 2019년 도하, 2022년 유진으로 이어진 세계선수권 3연패를 이뤄냈다.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역사상 최초의 3연패였다.
바르심은 아시안게임에서도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부상으로 불참한 2018년을 제외하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점퍼로 군림하고 있다. “바르심이 불참했다면 섭섭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던 우상혁과 바르심은 항저우에서 최고 점퍼를 가릴 준비를 마쳤다.
배드민턴에서는 빅4로 불리는 안세영(21·삼성생명), 야마구치 아카네(26·일본), 타이쯔잉(29·대만), 천위페이(25·중국)가 셔틀콕의 여왕을 가린다. 야마구치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순위 1위를 달렸다. 야마구치를 끌어내린 건 안세영이다.
아시안게임에서의 기억은 좋지 않다. 2018년 대회에서 첫 경기 탈락의 쓴맛을 봤다. 반면 타이쯔잉이 타이틀 사수를 노린다. 지난 대회 우승자인 타이쯔잉은 우승 경험을 살려 아성을 넘고자 하는 도전자들을 마주한다. 안세영에게 상대 전적에서 우위를 점하는 천위페이는 안방 이점까지 등에 업고 정상을 향한다.
남자 수영에선 황선우(20·강원도청)와 판잔러(19·중국)가 금빛을 향해 물살을 가른다. 판잔러는 지난 5월 중국선수권 자유형 100m에서 47초 22의 아시아 신기록을 썼다. 황선우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작성했던 47초 56을 넘어섰다. 자유형 200m에서는 1분 44초 42의 개인 최고 기록을 보유한 황선우가 1분 44초 65의 판잔러에 앞선다.
남자 탁구의 마룽(35·중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라스트 댄스를 꿈꾼다. 마룽은 지난 10년간 남자 탁구 최정상을 유지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남자 단식 2연패를 일구는 등 올림픽에서만 5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연스레 아시아에서도 빛났다. 2006년 도하 대회를 시작으로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에선 각각 2관왕에 올랐다. 아시안게임 3개 대회 연속 출전해 5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탁구선수로 출전할 수 있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한 마룽도 훌쩍 흘러간 세월 앞에 마침표를 준비 중이다.
지난 5월 세계선수권 남자 단식 준결승에서 왕추친(23)에게 완패하는 등 기량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마지막 국제 대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 속 마룽은 다시 한번 자신을 증명하고자 라켓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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