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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와 포항스틸러스는 24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16강전을 치렀다. 포항이 3-0 완승하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성남은 FA컵 여정을 16강에서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 전부터 관심을 끌었던 건 아버지와 아들의 맞대결이었다. 아버지 성남 이기형(49) 감독과 아들인 포항 공격수 이호재(23)는 적으로 서로를 마주했다. 양 팀이 속한 리그가 달랐기에 이날 FA컵이 유일하게 만날 기회였다.
경기 전 이 감독은 “아들을 다른 팀 선수로 만나게 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라며 “잠들기 전 맞대결을 생각하니 미소가 나오고 흐뭇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처음으로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며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잘 성장해 줘 고맙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아들은 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1-0으로 앞선 전반 27분 문전에서 추가 골을 뽑아냈다. 후반 13분에는 화려한 연계 플레이에 마침표를 찍으며 자신의 두 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 34분에는 헤더로 골망을 갈랐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으며 아쉽게 해트트릭이 무산됐다.
경기 후 이 감독은 “처음 경기를 하기 전에는 기분 좋은 것도 있고 설레기도 했다”면서 “막상 끝나고 나니 다시 이런 경기를 하고 싶지 않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그는 “우리 팀이 이기면 아들 팀이 잘못되는 것이다”라면서 “또 아들 팀이 잘되면 우리 팀이 어려워진다”라고 복잡한 상황을 말했다.
평소와 달랐던 건 이호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성남과의 대결이 결정된 뒤부터 부담이 있었다”라며 “경기장 오니 실감 났다”고 떠올렸다. 득점하고 승리했지만 마냥 기쁘지도 않았다.
이호재는 “골 넣고 이기니 기분이 엄청 좋았는데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니 애매했다”며 “경기 전엔 몰랐는데 감정이 교차하며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나 역시 다신 아버지 팀과 만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호재는 아버지의 문자를 또다시 받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평소 아버지가 칭찬을 잘해주시는 분은 아니다”라며 “문자를 받고 내심 기뻤다. 더 열심히 해서 인정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