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해 처음을 연 마블 히어로 액션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감독 페이튼 리드, 이하 ‘앤트맨3’)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개봉 전부터 마블은 이번 작품에서 ‘앤트맨’ 전작 시리즈들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커진 스케일을 예고했다. 예고한 대로 스케일과 영상미는 가히 압도적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떡밥만 무한히 던지고 도무지 풀리지가 않는 멀티버스 세계관, 전작보다 반감된 위트와 유머,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빌런의 매력과 진가 등 아쉬운 점들이 훨씬 눈에 띈다.
‘앤트맨3’는 어벤져스의 일원인 ‘앤트맨’의 세 번째 단독 시리즈다. 아울러 마블 페이즈5의 새 시작을 알릴 계묘년 첫 히어로 영화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특히 ‘앤트맨’ 시리즈는 지난 2018년 개봉한 전편이 544만 관객을 동원하며 세계적 흥행을 기록했다. 이번 작품에선 타노스보다 압도적인 힘을 지닌 새로운 빌런 정복자 캉(조나단 메이저스 분)이 등장해 ‘앤트맨’ 패밀리와 대적한다. 아울러 ‘양자 영역’이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세계관으로 떠오를 것을 예고해 궁금증을 유발했다.
‘앤트맨3’에서는 1대 앤트맨인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스 분)과 스콧 랭(2대 앤트맨, 폴 러드 분)의 딸 캐시(캐서린 뉴튼 분)가 다른 가족들 몰래 양자 영역에 신호를 보내는 기계를 개발하면서 모든 사건이 벌어진다. 가족들 앞에서 처음 발명한 기계의 성능을 실험하던 중, 이상 반응이 벌어지자 순식간에 ‘앤트맨’ 패밀리는 물론 행크의 연구소에 있던 실험 개미들까지 전체가 미지의 세계, 양자 영역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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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은 멀티버스의 모든 곳에 존재하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른바 ‘넥서스 빙’이다. 시공간을 조절해 미래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자유롭게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앤트맨3’에 등장하는 캉은 다른 멀티버스 세계의 자신들에 의해 시공간이 멈춘 양자영역에 유배당한 변종이다. 엄청난 파괴력으로 양자영역 안 세상들을 정복한 후 제국을 건설해 지배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몰아낸 멀티버스 세계의 자신들에게 복수하고, 세상을 끝장내기 위해 양자영역 바깥을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재닛이 그가 밖으로 나갈 수 있던 유일한 탈출구인 ‘스톤’을 가져가버리면서 모든 갈등이 촉발한다. 캐시가 개발한 기계로 지구에서 보낸 신호를 알아차린 캉이 가족들을 불러내고, 앤트맨은 가족들과 각자의 역량을 합쳐 스톤을 노리는 캉의 위협에 온몸으로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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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강렬해진 세계관, 스케일에 비해 캐릭터들의 매력, 스토리를 후반까지 이끄는 흡인력이 전작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이다. 캉과 재닛의 오랜 악연, ‘스톤’의 비밀 등을 설명한 중반부에선 지루함까지 느껴졌다.
‘앤트맨’ 시리즈의 차별화된 매력인 ‘가족애’의 메시지만큼은 그대로 담아냈다. 특히 타노스로부터 세계를 구한 뒤, 평화롭지만 권태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던 스콧이 ‘여전히 정의는 필요하다’ 외치는 캐시의 뜻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이를 통해 아버지로서도, 영웅으로서도 한 발짝 성장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앤트맨’ 패밀리의 성장을 보여주는데 급급해 캉의 위력과 매력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요소다. 영화가 끝난 뒤 2개의 쿠키 영상으로 캉의 진정한 무서움을 힌트처럼 드러내긴 했지만 시선을 끌기에 2% 부족하다. 히어로물의 꽃은 ‘빌런’의 서사에서 나온다는 기본적인 스토리의 법칙을 망각한 건 아닐까.
2월 15일 개봉. 124분.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