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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K는 연도를 뜻하는 ‘Year’에 숫자 2와 1000을 의미하는 ‘Kilo’가 결합해 탄생한 말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의 시대적 분위기와 패션, 문화를 일컫는다. 밀레니얼 시대를 앞둔 혼란과 자유로움이 지배한 ‘세기말 감성’이라고도 불린다. 복고풍 패션이 재유행하면서 급부상한 Y2K가 Z세대의 열광을 불러일으키면서, 최근 가요계 등 대중문화 전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와 맞물려 당시 시대적 감성을 구현한 영화들까지 주목받는 상황이다. 넷플릭스 개봉을 앞둔 ‘20세기 소녀’와 22년 만에 리메이크로 재탄생한 ‘동감’이 그 예다.
두 영화 모두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 청춘스타들이 주인공을 맡아 자신들이 겪어보지 않은 세기말의 감성을 새롭게 구현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는 1999년에 태어난 아역 출신 배우 김유정이 주인공이다. ‘20세기 소녀’는 어느 겨울날 1999년의 기억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가 도착하고, 당시 17세 소녀였던 보라(김유정 분)가 절친 연두(노윤서 분)의 첫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사랑의 큐피트를 자처하며 벌어지는 첫사랑 관찰 로맨스를 그렸다.
김유정은 “제가 1999년도에 태어나 그 시절을 잘 모르지만 영화를 통해 그 시절의 사랑법을 느끼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작품의 매력을 설명했다.
그 당시 10대 시절을 보냈던 방우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방우리 감독은 “친구들과 어렸을 때 서로 나눠 썼던 교환 일기에서 시작된 영화”라며 “세기말의 분위기를 내려고 굉장히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그 시절 통신수단이던 삐삐, 당시 유행했던 운동화 브랜드, 90년대 쌀과자 등 시대를 반영하기 위해 소품 디테일 하나하나에 신경 썼다고도 덧붙였다.
다음달 16일 출격을 앞둔 영화 ‘동감’은 2000년에 개봉한 김하늘, 유지태 주연의 동명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1997년생인 배우 여진구와 1999년생인 조이현이 22년 만에 원작과 다른 풋풋하고 청량한 감성으로 새로운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동감’은 1999년을 사는 95학번 대학생 용(여진구 분)과 2022년을 사는 21학번 대학생 무늬(조이현 분)가 오래된 무전기를 매개로 소통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세기말 감성을 다룬다는 점은 원작과 같지만, 극 중 여주인공의 시대적 배경을 2022년으로 설정함으로써 요즘 Z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차별점을 마련했다. 여진구는 “99년도의 시대상과 22년 요즘 제 또래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을 동시에 잘 담고 있어 놀라웠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콘텐츠에도 Y2K 바람이 부는 이유가 그 당시 대중문화를 열렬히 소비하며 10대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오늘날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 및 구매력을 갖춘 주요 소비층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Y2K 감성은 그 시절 10대를 보낸 X세대에게 추억을 선사하고, 아날로그를 겪어보지 않은 Z세대에겐 일종의 환상을 제공하고 있다”며 “두 영화가 세기말을 배경으로 다뤘지만 Z세대 스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두 세대의 니즈(needs·수요)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영리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