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역사의 걸작 '걸랜'…골프는 자연과의 싸움이다 [골프의 성지를 가다①]

주영로 기자I 2022.07.11 01:00:00

스코티시오픈 등 열렸던 챔피언십 코스
1600년대부터 생성..600년 이상의 역사
긴 러프, 바람 등 전형적인 링크스 코스
골프는 자연과의 싸움임을 깨닫게 하는 성지

걸린 챔피언십 코스는 60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코스다. (사진=주영로 기자)
[걸랜(스코틀랜드)=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스코틀랜드는 골프의 발상지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 디오픈(The Open)의 개최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가 있어 ‘골프의 성지’로 불린다.

스코틀랜드 해안가를 따라 수백 개의 링크스 코스가 있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나 뮤어필드, 카누스티처럼 회원제로 운영하는 골프장은 1년을 기다려도 치기 어렵다. 그러나 적은 비용으로 1년 내내 골프를 칠 수 있는 퍼블릭 코스가 더 많은 골프의 천국이다.

1860년 첫 대회가 열린 디오픈은 올해 150주년 대회가 열린다. 제1·2차 세계대전과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대회가 미뤄지면서 올해 150번째 개막한다.

디오픈 개막에 앞서 유서 깊은 스코틀랜드의 링크스 코스를 찾아 골프의 기원을 돌아봤다.

턱이 높아 위협적인 거대한 벙커는 링크스 코스의 상징물이다. (사진=주영로 기자)
가장 먼저 찾은 골프장은 6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걸랜(Gullane 혹은 굴레인, 걸린)이다.

스코틀랜드 동부 해안의 이스트 로디안에 있는 걸랜 골프클럽은 1번과 2번 그리고 3번 총 3개의 54홀 코스로 이뤄졌다. 이 중 1번 코스는 가장 오랜 역사와 함께 스코티시 오픈과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 그리고 디오픈의 지역 예선이 열렸던 장소로 ‘챔피언십 코스’로 부른다. 골프장 관계자는 여러 차례 토너먼트를 개최한 것에 자부심을 보였다.

2번과 3번 코스는 윌리 파크가 설계했다. 파크는 디오픈과 시니어 디오픈 등에서 우승한 영국의 전설적인 골퍼다.

챔피언십 코스는 3개 코스 중 가장 오래됐다. 기록에는 1884년부터 골프코스로 사용된 것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2번과 3번 코스와 다르게 1번 코스는 누가 만들었는지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홈페이지엔 공식 기록보다 훨씬 오래전인 1600년대부터 골프코스로 사용됐을 것이라는 내용도 추가해놨다. 링크시 지형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코스여서 정확한 역사는 남아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코스는 링크스 코스의 전형을 보여준다. 장엄하면서 도전적인 코스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코스라는 사실을 믿기 어렵게 한다.

1번 코스는 여러 곳에서 극찬을 받았다. PGA 웹사이트는 마스터스를 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봐야 하는 코스로 꼽히는 페블비치 링크스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그림 같은 코스 톱5에 선정했다. 2019년엔 내셔널 클럽 골프매거진이 꼽은 스코틀랜드 톱100 코스 중 18번째 좋은 코스로 뽑혔고, 미국 골프매거진은 걸랜의 챔피언십 코스 중 3번홀을 세계 최고의 홀 중 하나로 평가했다.

3개의 코스는 전형적인 링크스 스타일이다. 스코틀랜드 해안의 아름다운 경치, 도전적인 코스 그리고 변화무쌍한 날씨까지 더해져 18홀 라운드 내내 감탄과 탄식을 번갈아 내뱉게 한다.

평탄한 1번홀을 지나 2번홀부터는 약간 높은 구릉지대로 올라가 코스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가장 높은 지대에 있는 7번홀의 티잉 그라운드에서 서면 오른쪽으로 디오픈 개최 코스인 뮤어필드가 보이고, 왼쪽으로도 몇 개의 코스가 눈에 들어온다. 짙은 파란색의 하늘과 하얀색의 물감을 뿌려 놓은 듯 깔려 있는 구름은 덤이다.

멋진 전망만큼 독특한 도전을 선사한다. 스코틀랜드에 있는 링크스 코스처럼 걸랜도 해안가와 인접해 바람 그리고 자연과의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링크스 코스의 특징 중 하나는 무릎까지 차오르는 깊은 러프다. 공이 잠기면 찾기 어려워 ‘로스트’ 처리 후 벌타를 받고 다시 플레이해야 할때가 많다. (사진=주영로 기자)
두 가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국내의 골프장처럼 잘 관리된 곳에서의 라운드는 이곳에서 기대할 수 없다.

링크스 코스 대부분은 자연적이다. 코스를 아예 관리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나무 하나까지 신경을 써 만든 국내 골프장과는 확연히 다르다. 오히려 그런 잘 관리된 코스를 찾는 건 불가능하다. 그저 링크스 지형에 코스가 있다는 표현이 맞다. 때론 너무 평탄한 코스에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골프가 자연에서 시작됐다는 기원을 생각하면, 이것이 진정한 골프라는 것을 몇 홀 만에 깨닫게 한다.

18홀 내내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정확한 거리 계산, 그린에서 경사를 읽는 법 등 모두가 골퍼의 몫이다. 캐디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판단하고 결정하는 건 오로지 골퍼가 해야 한다.

홀까지 남은 거리는 145야드지만, 바람과 페어웨이에서 굴러가는 거리를 계산하면 90야드를 쳐야 할 때도 있고, 110야드밖에 남지 않았으나 바람을 계산해 150야드를 쳐야 하기도 한다. 그래서 클럽별 정확한 거리를 알고 있으면 코스 공략이 유리하다.

그런 만큼 프로 선수들도 링크스 코스에서 경기하는 걸 까다로워한다. 가끔은 실력보다 날씨가 더 중요할 때도 있다. ‘운칠기삼’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곳이 링크스 코스이기도 하다.

걸랜 챔피언스 코스에는 과거 독일군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방호벽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걸랜의 챔피언십 코스엔 역사의 아픔도 깃들어 있다. 과거 탱크로 침공한 독일군을 막기 위해 코스 곳곳에 시멘트 방호막이 있다. 지금도 방호막은 그대로 방치돼 있다.

자연을 그래도 살려 만든 링크스 코스엔 인위적인 시설이 거의 없다. 걸랜의 코스 안에 인위적 건축물은 화장실이 유일하다.

국내 골프장처럼 화려한 클럽하우스를 기대했다간 실망할 수 있다. 2층짜리 소박한 클럽하우스가 전부다. 내부 시설이라고 해봐야 탈의실과 샤워 공간이 전부다. 조명이 화려한 레스토랑도 없을 뿐더러 코스 중간에 그늘집도 없다. 캐디는 코스의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모든 게 잘 갖춰진 환경의 골프장에서 라운드해온 국내 골퍼에게 링크스 코스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골퍼라면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이 바로 스코틀랜드의 링크스 코스다. 18홀 라운드를 마치고 나면 이것이 진짜 골프이고 자연과의 싸움이 골프임을 다시 깨닫게 한다.
걸린의 7번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보이는 뮤어필드 코스. (사진=주영로 기자)
2층짜리 클럽하우스는 웅장하지 않지만 조용하면서 아늑한 분위기를 풍긴다. (사진=주영로 기자)
라운드에 필요한 골프공 등의 용품과 수동식 카트를 대여해주는 프로샵. (사진=주영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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