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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의 우승 소식이 뜸하다. 올해만 3월 개막 이후 18개, 지난해를 포함하면 35개 대회 동안 한국 선수의 우승 소식이 끊겼다.
지난 3일 일본 가나가와현 도츠카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JLPGA 투어 시세이도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1억2000만엔)에서 황아름(35) 공동 2위, 윤채영(35) 공동 5위에 올랐으나 한국 선수의 우승 갈증은 이번에도 씻어내지 못했다.
한국 선수가 JLPGA 투어에서 개막 이후 6월까지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한 건 코로나19 확산으로 6월 말 개막전을 치른 2020년을 제외하고 2004년 이후 18년 만이다. 2021년엔 신지애(34)가 6월에 첫 승을 올렸다. 2004년엔 고(故) 구옥희, 고우순, 이영미 등이 뛰었으나 일본 여자골프의 강자 후도 유리와 신예 미야자토 아이의 활약에 밀려 1승도 수확하지 못했다.
2000년대 초반을 제외하면 한국 선수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특히 2000년대 중반부터는 이지희와 전미정에 이어 송보배, 안선주, 이보미, 신지애, 김하늘, 이민영, 배선우 등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한국 여자골프의 전성기를 누렸다.
이지희와 전미정, 안선주, 이보미까지 JLPGA 투어에서만 통산 20승 이상을 거둔 선수가 4명이나 나왔고, 안선주(2010, 2011, 2014년), 전미정(2012년), 이보미(2015, 2016년)는 상금왕을 차지했다. 2018년엔 한 해에만 15승을 합작하며 ‘골프 한류’의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19년 이후 한국 선수의 퇴보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선수의 일본 진출길이 막혔기때문. 이후 신예들의 합류가 사라지면서 더욱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9승 이후 통합 운영한 2020~2021시즌엔 신지애 혼자 4승을 거두는 데 만족했다.
올해는 더욱 우승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3월 개막 이후 18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우승 소식이 뚝 끊겼다. 3월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과 시세이도 레이디스 오픈에서 황아름이 두 차례 준우승한 게 최고 성적이고, 배선우의 야마하 레이디스 토너먼트 공동 3위, 신지애도 브리지스톤 레이디스 오픈 5위에 만족했다.
현재 분위기로는 한국 선수의 우승 가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크다.
올해 JL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의 평균 나이는 33.4세다. 20대 2명, 30개 6명, 40대 2명이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 많지만, 무섭게 성장하는 일본의 20대 초반 선수를 상대하기엔 버겁다.
올해 5승을 신고한 사이고 마오(일본)는 2002년생으로 KLPGA 투어에서 뛰는 유해란과 동갑내기다. 지난 2020~2021시즌에만 9승을 거뒀고 올해도 1승을 올리며 상금랭킹 3위에 올라 있는 이나미 모네는 1999년생으로 최혜진과 나이가 같다. 상금랭킹 1위 야마시카 미유는 2001년생이다. 이밖에도 상금랭킹 4위 니시무라 유나를 비롯해 5위 키무라 아야코, 6위 아오키 세레나, 7위 다카하시 사야카, 8위 호리 코토네, 9위 코이와이 사쿠라까지 모두 1990년대 후반생이거나 2000년대 태어난 선수들이다.
일본의 젊은 선수들이 무섭게 성장한 배경은 기량향상과 함께 치열해진 경쟁 체제를 빼놓을 수 없다.
올해로 4년째 JLPGA 투어에서 뛰는 배선우는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일본에 와서 경쟁하다 보니 일본의 여자골프가 엄청 빠르게 바뀌고 성장하고 있음을 체험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으나 최근엔 해가 질 때까지 훈련하는 일본의 선수들이 많아졌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달라진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또 “투어에서 일본의 젊은 선수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 예전에 KLPGA 투어에서 많이 보던 모습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