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까지 펑펑...더 무서워진 김효주

주영로 기자I 2022.04.18 00:10:00

LPGA 롯데 챔피언십 최종 11언더파 정상
작년 5월 HSBC 이후 11개월 만에 통산 5승
꾸준한 체력 훈련으로 비거리 20야드 늘어
"똑바로 치려고 했으면 지금처럼 못 해"

김효주가 17일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의 호아칼레이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승이자 통산 5승째를 올린 뒤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대홍기획)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김효주가 달라졌다.”

17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의 호아칼레이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에서 시즌 첫 승을 차지한 김효주(27)가 요즘 자주 듣는 말이다.

김효주는 이날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2위 시부노 히나코(일본)를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김효주는 지난해 5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이후 약 11개월 만에 다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개인 통산 5승째를 달성했다.

김효주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프로 무대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려 ‘골프 천재’라는 평가를 들었다. 정확하게 치는 샷은 일품이었다. 국내 활동 시절 순도 높은 드라이버샷과 아이언샷을 앞세워 착실하게 타수를 줄이는 경기 전략은 당할 자가 없었다. 그러나 미국 진출 이후엔 정확하게 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따랐다. 코스의 전장도 길어져 멀리 치지 못하는 김효주에겐 부담이 됐다.

거리의 한계는 성적으로 이어졌다. 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진출한 김효주는 첫해와 이듬해 두 차례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나 이후 긴 우승 침묵에 빠졌다. 일부에선 국내 컴백설도 나왔다. 체력 부담이 큰 미국 무대보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투어 활동을 하는 게 김효주에겐 훨씬 나을 것이라는 추측에서다.

요즘 김효주는 경기를 유심히 살펴봤다면 거리가 늘어났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달라졌다.

LPGA 투어에 데뷔했던 2015년에만 해도 김효주의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46야드에 불과했다. 순위는 100위권 밖이었다. 지난해 254야드로 늘었고, 올해는 평균 262.66야드로 더 늘었다. 올해 드라이브샷 거리 57위다.

꾸준한 체력 훈련을 통해 근육을 늘린 효과다. 지난겨울에도 국내에 머물며 새 시즌을 준비해온 김효주는 2월 말까지 매일 1시간 30분 이상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체력 훈련을 해왔다. 몸에 근육량이 늘고 체격도 커지면서 원래 입던 옷이 불편해져 지난해부터는 남자용 티셔츠를 입고 경기에 나설 정도로 체형이 변했다.

스윙에 힘이 붙고 거리가 늘어나자 다시 우승 경쟁을 펼치는 횟수가 늘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5년 3개월 만에 우승트로피를 다시 들어 올리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김효주는 지난 2월 이데일리와 만나 “작년에 우승하면서 답답했던 마음이 ‘뻥’하고 뚫린 느낌이 들었다”며 “그날의 우승으로 골프가 더 재미있어졌고 ‘다시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도 똑바로 치는 것에만 집중했다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골프의 완성도로 봤을 때 10년 전과 비교하면 훨씬 성숙해졌다”고 자평했다.

우승 침묵을 깨기까지 5년 3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으나 이번엔 1년도 걸리지 않았다.

김효주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는 지난 3월 고진영(27)의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 이어 시즌 2승을 합작했다.

한국 기업 롯데가 후원해 2012년부터 열린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건 2015년 김세영(29)에 이어 두 번째다. 김효주는 프로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롯데의 후원을 받고 있다.

이날 우승으로 상금 30만달러(약 3억7000만원)를 받은 김효주는 통산 획득 상금을 555만6833달러로 늘렸다.

김효주는 “우선 다른 대회보다 두 배로 기분이 좋다”며 “지금까지는 기대했던 것만큼 성적을 못냈기 때문에 조금 슬펐는데 올해 우승은 더 특별하고 의미가 남다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올해부터 LPGA 투어로 무대를 옮긴 최혜진(23)은 합계 7언더파 281타를 쳐 3위에 올랐다. 1월 게인브릿지 대회 공동 8위에 이어 시즌 두 번째 톱10이자 데뷔 이후 최고 성적이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 우승자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이소미(23)는 5위(5언더파 283타), 안나린(26)은 신인왕 랭킹 1위 아탸야 티띠꾼(태국) 등과 함께 공동 6위(이상 4언더파 284타)로 대회를 마쳤다.

김효주의 우승이 확정되자 동료들이 물을 뿌리며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대홍기획)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