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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역전 드라마로 개인통산 두 번째 프로당구 우승을 차지한 ‘캄보디아댁’ 스롱 피아비(31·캄보디아)는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한참이나 들뜬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피아비는 26일 강원도 태백시 고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1~12시즌 5차 대회 ‘에버콜라겐 LPBA 챔피언십 태백’ 결승전에서 오수정(38)을 3시간이 넘는 대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4-3(6-11 7-11 11-7 5-11 11-1 11-9 9-1)로 눌렀다.
지난 6월 1차 대회 ‘블루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달성했던 피아비는 6개월 만에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아울러 지난달 열린 3차 대회 ‘휴온스 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강지은에게 패한 아쉬움도 날려버렸다. 우승 상금으로 다른 LPBA 대회보다 1.5배 많은 3000만원을 품에 안았다.
경기 내용도 극적이었다. 피아비는 7세트 경기로 치러진 이날 결승전에서 4세트까지 세트스코어 1-3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얼굴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패배 위기에서 마음을 비우니 그때부터 경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5세트를 11-1로 따내면서 자신감을 되찾은 피아비는 6세트를 접전 끝에 11-9로 이기면서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 결국 9점제로 치러진 마지막 7세트를 9-1로 이기면서 역전드라마를 완성했다.
피아비는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우승트로피를 잡은 뒤 펄쩍펄쩍 뛰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시상식 인터뷰에선 캄보디아어로 “캄보디아 만세!”라고 외치기도 했다.
대회 기간 내내 다양한 세리머니로 볼거리를 제공한 피아비는 “당구 연습할 때마다 우승 세리머니를 매일 생각했다”며 “생각만 하고 그동안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성공했다”고 기뻐했다.
피아비는 경기가 풀리지 않자 화장실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컨디션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경기가 너무 마음대로 안되니까 속상했다”며 “화장실에 갔는데 눈물이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스스로 말하면서 스스로 달랬다”며 “그동안 인생역전의 경험이 있다 보니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피아비가 이번 대회에서 간절하게 우승을 원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캄보디아에 있는 어머니 때문이었다.
피아비는 “엄마가 편찮으셔서 캄보디아 병원에 계신다”며 “엄마를 한국에 데려오고 싶었는데 그동안 잘 안됐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캄보디아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엄마는 그렇게 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피아비는 “이번에 받은 상금은 모두 (캄보디아에 있는)아빠를 줄 것이다”며 “그동안 상금을 받으면 캄보디아 사람들을 돕는데 많이 썼는데 이번에는 가족들을 챙기는데 쓰고 싶다”고 말한 뒤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