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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유소연·고진영…사비 털어 학생 대회 여는 이유

임정우 기자I 2021.05.21 00:00:03

박인비·유소연·고진영, 학생골프대회 사비로 개최
박인비는 2013년부터…유소연·고진영은 올해로 6회째
"대회 비용 아깝지 않아…더 많은 도움주고 싶다"

박인비.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학생 선수들이 한국 골프의 미래다.”

한국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박인비(33)와 유소연(31), 고진영(26)이 한국 골프의 미래에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전 세계에 한국의 위상을 높였던 세 선수는 오래 전부터 사비로 학생골프대회를 개최하는 또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최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에서 PGA 첫 우승을 일군 이경훈이 그 동안 사비로 ‘이경훈배 서울시 학생골프대회’를 열어왔다는 사실로 찬사를 받았는데 후배 지원을 위한 마음은 이들 LPGA 스타들도 마찬가지였다.

박인비는 2013년부터 박인비배 전도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를 열고 있다. 유소연이 주최하는 유소연배 서울시 종별 골프대회는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고진영의 경우 20세 때부터 고진영배 서울시 초·중등부 학생골프대회를 애착을 갖고 진행하고 있다. 유소연과 고진영은 서울시로부터 대회 개최 제의를 받고 흔쾌히 수락했다.

세 선수가 바쁜 일정에도 학생골프대회를 챙기는 이유는 프로 골퍼가 되기 전 출전할 수 있는 대회의 소중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 선수 모두 학생골프대회 개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박인비는 “학생 시절에는 대회에 출전하는 것 자체로 실력이 좋아진다. 실전 경험을 쌓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선수들이 출전해 경쟁할 수 있는 대회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소연은 모든 선수가 출전할 수 있는 대회를 개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학생 대회 중 대다수가 유자격 대회이기 때문에 성적에 상관없이 모두가 나갈 수 있는 대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고진영 역시 두 선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학생 시절의 대회 출전 경험이 쌓여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학생 선수들의 꿈과 실력을 모두 키울 수 있는 대회를 만들도록 앞으로도 신경쓰겠다”고 강조했다.

학생골프대회를 한 번 여는 데 드는 비용은 2000만원 정도다. 프로 골퍼로 성공했다고 해도 결코 적게 느껴지지 않는 금액이다. 특히 세 선수 모두 한국이 아닌 LPGA 투어를 주 무대로 삼고 있는 만큼 학생골프대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데 두 배 이상의 시간이 들어간다.

그러나 박인비와 유소연, 고진영은 학생골프대회를 여는 데 사용하는 비용과 시간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았다. 세 선수는 후배들이 만족하는 대회를 만들 수 있다면 더 많은 희생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인비와 유소연, 고진영은 “프로 골퍼를 꿈꾸는 후배들이 실력을 키우고 배우는 게 하나라도 있는 대회가 됐으면 한다”며 “지금 하는 일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회의 규모를 키워 더 많은 학생 선수들을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조수현 서울시 골프협회 부회장은 “선배들처럼 프로 골퍼로 성공한 뒤 자신의 이름으로 대회를 열고 싶다는 학생 선수들이 많아졌다”며 “바쁜 일정에도 대회장에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해주고 대회사를 직접 작성하는 것을 보고 학생 선수들이 큰 감동을 한 것 같다”며 “서울시 골프협회도 선수들이 바라는 대회를 만들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성현(29)과 배선우(27) 등도 후배들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박성현은 미국주니어골프협회(USGA)와 함께 박성현 주니어 챔피언십을 미국에서 개최하고 있다. 배선우는 지난해 겨울 2000만원의 사비를 들여 만든 300개의 가방을 서울시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선물했다.

제23회 고진영배 서울시 초·중등부 학생골프대회 시상식에 직접 참가한 고진영. (사진=고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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