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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예능, 역전된 시청률
지상파, 종편, 케이블 할 것 없이 드라마 시청률 위기 시대가 왔다. KBS 드라마 ‘첫사랑’(1996~1997년 방영)이 최고 시청률 64.8%를 찍던 시절은 먼 옛날이 됐다. 주말, 일일 드라마를 제외한 미니시리즈는 한자릿수 시청률로 고전 중이다. 30~40% 시청률을 거뜬히 내며 방송 시장을 주도하고 방송사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드라마는 거금의 제작비만 드는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고정 시청층이 뚜렷한 KBS 주말드라마는 35.6%(8월 2일 방송분)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 드라마 한 편의 시청률로 드라마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드라마 위기론’이 수년 전부터 제기돼 방송사에서는 드라마 시간대 변경, 회차 축소, 모바일 콘텐츠와 결합 등 다양한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명쾌한 대안은 찾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시청률이 연이어 하락하고 있다.
반면 2000년대 이후 최고 시청률이 35.3%(KBS2 ‘개그콘서트’ 2003년 8월 31일 방송분, AGB닐슨)에 그쳤던 예능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도 비교적 잘 대처하며 타격을 덜 입었다. TV조선의 ‘미스터트롯’은 35.7%의 시청률로 비지상파 최고를 기록했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28.4%),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21.7%)처럼 가뭄에 콩 나듯 나온 인기작도 ‘미스터트롯’의 기록을 넘어서진 못했다. 이후 방영한 ‘사랑의 콜센타’도 최고 시청률 23.1%를 기록하며 예능의 힘을 보여줬다. 그뿐만 아니라 MBC는 ‘나 혼자 산다’, ‘복면가왕’이 두자릿수 시청률을 내고 있으며 SBS는 ‘미운 우리 새끼’가 10%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MBC ‘놀면 뭐하니?’는 지난 8월 1일 방송된 53회분으로 10.1% 시청률을 보였고, ‘유산슬’(유재석이 트롯 가수로 변신한 이름), ‘싹쓰리’(유재석·이효리 ·비의 프로젝트 그룹) 등으로 열풍을 일으키며 방송가를 주도하고 있다. 예능이 시청률, 화제성 면에서 드라마보다 더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드라마 시청률 왜 저조한가
드라마 시청률의 하락에는 채널의 다양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최근에는 OTT의 활성화가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드라마가 시청률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에서는 선전을 하고 있다.
예능 ·드라마 ·영화 할 것이 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취급하는 넷플릭스의 ‘많이 본 콘텐츠’가 변화를 증명한다. 7월 한 달 동안 2회를 제외한 29회 동안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1위를 유지했으며, 예능보다 많은 숫자의 드라마 프로그램이 순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이는 콘텐츠 소비자들이 예능은 TV로, 드라마는 OTT로 접근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봐야하고 16부작, 20부작으로 방송 시점까지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씩 기다려야 하는 데 이제 시청자들은 그런 걸 못 버틴다”며 “OTT ‘몰아보기’ 기능이 제각각 다른 시청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하며 OTT를 통한 시청을 선호한다”고 짚었다. 이어 “드라마와 달리 예능은 중간 부분을 보지 않아도 흐름을 이해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며 “집중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점이 TV 시청을 가능케 하는 것 같다”고 예능의 TV 시청률이 높은 이유를 설명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도 “예능보다 비교적 더 많은 관심과 몰입을 해야 하는 드라마 특성상 대중에게는 OTT 방식이 조금 더 익숙하고 쉬워졌다”고 드라마 시청률 하락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또 “반면 예능은 안보던 프로그램이라도 중간에 한편씩 봐도 이해가 되고 한편, 주는 재미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TV에서 계속 시청할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시청률 통계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 평론가는 “TV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많기 때문에 현재 시청률 정산 방식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실제 시청 패턴을 고려한 시청률 정산 방식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