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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새로움이 중요”
“공을 가지고 노는 건 같지만, 축구 농구 야구가 다 다르다. 먹방이란 요소는 같지만 들여다 보면 다 다른 프로그램.” 개그맨 이경규는 지난 7일 ‘폼나게 먹자’ 제작발표회에서 이처럼 말했다. 넓은 의미에서 채널A ‘도시어부’, JTBC ‘한끼줍쇼’와 유사한 먹방이란 반응에 대한 답이었다. 콘텐츠 획일화는 경계하지만, 먹방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먹방은 이미 검증된 예능 포맷이다. “익숙한 것에 약간의 변화를 줘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예능 PD들의 말처럼 결국 차별화 포인트가 관건인 셈이다.
최근 12부작에서 연장을 결정한 올리브 ‘밥블레스유’가 좋은 예다.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 등 절친한 여성 연예인 4인의 먹방과 대화가 주된 화면이다. SNS·온라인커뮤니티에서 체감되는 화제성은 시청률을 뛰어넘는다. 맛깔스러운 토크와 시청자의 사연이 ‘밥블레스유’를 신선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연출을 맡은 황인영 PD는 “각자의 삶을 멋지게 일궈낸 출연자들이 젊은 시청자들에게 멘토처럼 다가가간 것 같다. 웃으면서 말하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도 많았다”며 “그런 이야기들이 강연처럼 딱딱한 형태가 아니라 일상에서 밥 먹고 수다 떨 듯 익숙한 방식으로 전해져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가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TV 지배한 ‘먹방’의 후손들
맛있게 음식을 먹는 누군가를 지켜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인터넷 방송인 아프리카TV는 먹방의 시작이다. 영화 ‘황해’(2010) 속 하정우가 김을 먹는 장면도 한 몫했다. 영화의 줄거리와 무관하게 해당 장면은 식욕을 자극하는 ‘짤’로 온라인에서 회자됐다.
이렇게 시작된 먹방은 현재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에 압도적 영향을 주고 있다. 개그맨 4인이 맛있게 먹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케이블채널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이 먹방의 정석을 그대로 따른다면, 올리브 ‘한식대첩’ 시리즈, 종합편성채널 JTBC ‘냉장고를 부탁해’, ‘팀셰프’ 등은 요리에 방점을 찍은 ‘쿡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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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하자”는 반작용도
이는 의도치 않는 결과도 가져왔다. 예능 속 먹방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MBC ‘나 혼자 산다’에서 걸그룹 마마무 화사가 야무진 곱창 먹방을 보여준 후 전국에서 ‘곱창 대란’이 일어났다. 그가 무심코 먹던 김부각은 품절됐다. ‘골목식당’에 소개된 우수 가게는 맛집으로 손님을 몰고 다녔다. 이영자의 먹방이 인기몰이에 영향을 준 MBC ‘전지적 참견시점’과 ‘밥블레스유’는 “식당 협찬은 없다”는 제작진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때아닌 간접광고(PPL) 의혹을 받았다.
일각에선 브레이크 없는 먹방 열풍에 회의를 표한다. 다양성 측면에서 지나친 쏠림 현상이란 반응이다. 급기야 지난 7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에는 ‘폭식조장 미디어(TV, 인터넷방송 등)·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포함됐다.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관련 콘텐츠에 대해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었다. “먹방=비만 조장”이란 논리는 비약이란 비난이 일었지만, 먹방에 편중된 나머지 불거진 반작용이란 지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