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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키대표팀 ‘맏형’ 김현기(35)는 동계올림픽에서만 수 십번 점프했다. 월드컵 대회와 연습을 포함하면 적게는 수 백번, 많게는 수 천번 점프대에서 뛰어내렸다. 스키 점프대는 아파트 29층 높이, 지상에서 약 90m 위에 있다. 흔히 인간은 11m 높이에서 가장 큰 공포감을 느낀다고 하지만 90m의 높이도 두려움이 덮치는 ‘충분한’ 높이다.
김현기는 21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경기를 모두 마친 후 “보조기구 없이 하늘을 나는 스키점프는 항상 무서운 것 같다”면서도 “이번 대회 결과가 아쉽긴 하지만 이젠 베이징 올림픽을 목표로 뛰겠다”고 각오를 불태웠다. 그는 이번 대회 노멀힐(52위)과 라지힐(55위), 단체전(12위)에서 제 실력을 펼치지 못했고 예선 통과에 실패했다.
김현기는 “스키 점프는 순간적으로 모든 게 이뤄진다. 4년의 준비가 1분안에 끝나고 그 한 번에 실수로 결과가 좌지우지된다”며 “결과가 좋지 않으면 멘털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경기가 열린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 주변에서 자란 그는 “고향, 그리고 고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잘하려고 하는 욕심이 큰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김현기는 최서우(36), 최흥철(37)과 함께 영화 ‘국가대표’의 실제 주인공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아직 올림픽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한국 스키점프의 살아 있는 역사다. 이들은 2003년 유니버시아드대회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김현기는 다음 동계올림픽인 2022년 베이징 대회가 열릴 때면 우리나이로 마흔 살이 된다. 그는 “점프할 때마다 무섭다”면서도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선수 개인의 욕심 때문이 아니다. 현재 후보 선수들과 워낙 격차가 커 김현기를 비롯한 ‘1세대’ 선수들의 도움 없이 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수 없기 때문이다.
김현기는 “아직 우리가 있어야 올림픽을 나올 수 있고 또 그래야 조금이라도 언론에 더 노출이 된다”며 “솔직히 올림픽에 나가고 싶은 마음보다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버티는 면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스키 점프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면서 “우리 후배들 중에선 세계 정상급 선수들보다 외형적인 면에서 더 좋은 선수들이 많다. 후배들도 지원만 받고 성장한다면 충분히 메달 경쟁이 가능하다. 스키 점프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