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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외면받는 지방 방송사 출연료 미지급 사태

김윤지 기자I 2017.06.19 06:00:19
'파라다이스 극장' 주연을 맡은 안석환(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답답하죠. 누군가는 생사가 달렸는데….”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취재하던 중 한 매니저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한국방송연기자 노동조합(이하 한연노)에 도움을 청하고, 지난 주말까지 방법을 찾아봤다. 방법은 있었지만 즉각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있었다. 소속사가 있거나 조합원인 배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소속조차 없는 스태프는 막막하기 이를 때 없다.

19일 한연노에 따르면 광주MBC 드라마 ‘파라다이스 극장’ 출연진과 스태프는 출연료와 임금을 정산 받지 못하고 있다. 총 4부작인 드라마는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제작이 중단됐다.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제작진과 스태프, 출연진 모두 손을 뗐다. 제작사는 5월말까지 지급을 약속했지만 일부 금액도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MBC는 손을 놓고 있다. 오히려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대다수 드라마는 방송사에서 외주제작사에 제작비 일부분을 지급한다. ‘파라다이스 극장’은 방영 조건으로 방송사가 제작사로부터 일정 금액을 받는 계약이었다는 것이다. 예능이나 다큐 등 일부 프로그램은 제작사가 광고비를 받는 조건으로 이 같은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출연료 미지급은 방송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 1월 종영한 MBC ‘불야성’과 지난해 방영한 KBS2 ‘마스터-국수의 신’ 또한 일부 배우들이 출연료를 제대로 정산 받지 못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사안이다. 한연노에 따르면 소속 조합원의 미지급 금액은 2009년 이후 지상파 3사에서만 31억 원이 넘는다.

1차적인 책임은 제작사에 있다. ‘파라다이스 극장’ 제작사는 지난해 9월 설립된 신생 제작사다. 드라마 제작 경험이 없는 곳이다. 방송사는 그런 외주제작사에 편성을 내줬다.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다. 한연노 측은 “예술인 복지재단을 통한 법적인 진행과 부당하고 불공정한 방송 권력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매체 시대다. 그만큼 드라마 콘텐츠도 늘어났다. 미지급 사태는 더욱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파라다이스 극장’은 지상파 방송사 미니시리즈와 비교하면 ‘작은 드라마’다. 출연 배우도 10명 내외다. 참여한 배우와 스태프의 노고도 작다는 뜻은 아니다. 지방 방송사 작품이기에 대중의 관심에서도 소외 받고 있다. 정당한 대가를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이들에겐 또 다른 상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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