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디아 고는 지난 3일(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대회를 공동 11위로 마쳤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디펜딩 챔피언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썩 유쾌하지 않은 기록이다. 직전 대회인 KIA 클래식에서는 LPGA 투어 데뷔 후 두 번째 컷 탈락 고배를 마셨다. 역시 지난해 우승자였기에 다소 충격적인 결과다.
문제는 퍼트다. 리디아 고는 지난 시즌 LPGA 투어에서 퍼트를 가장 잘 하는 선수였다. 그린 적중 시 퍼트 수(1.71개)와 평균 퍼트 수(28.31개)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평균 퍼트 수는 29.77개로 높아져 이 부문 87위로 추락했고, 그린에 올라서도 평균 1.774개 퍼트를 하면서 55위로 처졌다.
아이언 샷도 말을 듣지 않는다. 리디아 고는 이번 시즌 75%의 그린적중률을 보이고 있다. 상위권 선수들은 80%를 넘기고 있다. 물론 투어 평균보다는 리디아 고의 기록이 나쁘진 않다. 하지만 우승을 하기에는 1%가 부족한 수치임에는 분명하다. 아이언 샷과 퍼트 능력은 버디 숫자와 직결된다. 리디아 고는 올해 22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80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한 라운드당 3.36개에 불과하다. 렉시 톰프슨(5.13개), 유소연(4.95개)의 평균 버디와 눈에 띄게 비교된다.
리디아 고는 KIA 클래식 때 컷 탈락 수모를 당한 후 “드라이버는 나쁘지 않았지만 홀 주변에서 실수가 많았고, 퍼트도 따라주지 않았다. 그린에서 고전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대대적인 변화를 준 게 성적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해 말 스윙 코치와 캐디를 바꾼 리디아 고는 이번 시즌부터 신규 클럽 브랜드 PXG를 사용하고 있다. 한 스윙 코치는 “골프는 멘탈이 중요한 스포츠다. 손에 익은 클럽이 아니면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교체한 클럽에 대한 믿음이 생길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세계랭킹 1위 자리 ‘위태’
2014년 LPGA 투어에 데뷔한 리디아 고는 갓 스무살에 나이에 통산 14승을 올리며 화제를 모았다. 2015년 박인비(29)에게 넘겨받은 세계랭킹 1위 자리도 76주나 지키고 있다. 한국 선수들의 ‘인해전술’에도 흔들림 없이 ‘여왕’ 자리를 사수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1위 자리가 그야말로 ‘바람 앞에 등불’이다. ANA 인스퍼레이션 대회에서 우승한 유소연은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을 제치고 세계랭킹 2위(평점 8.46점)로 올라섰다. 리디아 고(평점 9.47점)와의 포인트 격차가 크지 않아 한두 경기 더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새로운 여왕이 탄생할 수도 있다.
유소연이 기복 없는 플레이를 가졌다는 점도 리디아 고에게는 큰 위협이다. 유소연은 현재 상금, 평균타수, 올해의 선수, 그린적중률 등 주요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톱10 피니시율’은 LPGA 투어 선수 중 유일하게 100%를 달리고 있다.
이에 비하면 리디아 고의 성적은 초라하다. 이번 시즌 6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은커녕 5위 이내에 단 한 차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여기에 3위로 밀린 쭈타누깐도 근소한 차이로 추격하고 있어 그 어느 해보다 세계랭킹 1위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