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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이름값 보다 마음' 인삼공사의 이유있는 돌풍

이석무 기자I 2016.12.08 06:00:00
공평한 기회 제공과 칭찬 리더십으로 ‘꼴찌팀’ KGC인삼공사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서남원 감독.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올 시즌 프로배구 여자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팀은 KGC인삼공사다.

인삼공사는 8일 현재 6승5패 승점 17점으로 6개 팀 가운데 4위다. 지난 시즌 챔피언인 현대건설과 전적, 승점 모두 같지만 세트득실률에서 뒤질 뿐이다. 비록 중위권 순위지만 인삼공사의 올 시즌은 ‘돌풍’이라고 표현해도 괜찮다. 시즌 전 누구도 인삼공사가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인삼공사는 최근 두 시즌 연속 꼴찌에 머물렀다. 2014~2015시즌에는 8승, 2015~2016시즌에는 7승에 그쳤다. 최근 4년 동안 최하위만 3번을 기록했다.

올 시즌 전망도 암울했다. 전력 플러스 요인은 없었다. 팀을 이끌었던 주공격수 백목화와 이연주는 자유계약선수(FA) 협상 결렬로 팀을 떠났다. 현재 두 선수는 실업무대에서 계속 선수로 활약 중이다.

당장 경기에 투입할 선수가 없었다. 아쉬운 대로 기존 선수들의 자리를 바꿨다. 주전 세터였던 한수지(27)를 센터로 옮기고 리베로였던 최수빈(22)을 레프트로 돌렸다. 센터로 활약했던 장영은(23)은 레프트 공격수로 변신했다. 말 그대로 임시처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뽑은 사만다 미들본(27)은 임신을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부랴부랴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알레나 버그스마(26·미국. 등록명 알레나)를 불러들였다.

그런데 그것이 전화위복이었다. 대체선수로 데려온 알레나는 굴러온 복덩이였다. 알레나는 8일 현재 득점 부문에서 333점으로 GS칼텍스의 알렉사 그레이(340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공격성공률은 45.03%로 단연 1위다. 지난 6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원정경기에선 혼자 30점을 책임져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무엇보다 올 시즌 새로 팀을 맡은 서남원(49)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하고 았다. 지금 인삼공사의 레프트는 주전이 없다. 신인인 지민경(18)을 비롯해 장영은, 최수빈, 김진희(23) 등 4명이 번갈아가며 경기에 나서고 있다. 그날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선발로 내세우면서 상황에 따라 선수 기용에 변화를 주고 있다.

서남원 감독의 원칙은 공평한 기회다. 비시즌 때부터 이들 4명에게 똑같이 기회를 주고 있다. 심지어 연습경기 때는 가위바위보로 선발 출전 선수를 결정했다. 이긴 선수 2명이 먼저 들어가고 진 선수는 교체로 투입되는 식이다. 그동안 코트 보다 벤치가 더 익숙했던 선수들에게 언제든 열심히 하면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좋은 동기부여가 됐다.

비시즌 동안 ‘이기는 습관’을 키운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인삼공사 선수들은 지난 두 시즌 동안 꼴찌에 머물면서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서남원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선수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여고나 남중, 남고 팀들과 연습경기를 가졌다. 처음에는 중학교 팀에게도 져 당황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점점 승리가 쌓이면서 선수들의 자신감도 올라갔다.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KOVO컵이었다. 여전히 전력에 대한 불안감이 컸던 상황, 하지만 인삼공사는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딛고 도로공사, 현대건설 등을 이기면서 결승까지 올랐다. 비록 결승에서 IBK기업은행에게 패했지만 선수들은 ‘할 수 있다’는 마음을 확실히 갖게 됐다.

서남원 감독은 경기가 안 풀려도 질책 대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선수들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며 “못하는 것을 혼내기보다 잘 되는 것들을 많이 이야기 한다. 안되는 것들을 억지로 잘하게 만들려 하면 서로 스트레스받기 마련이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중요한 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마음가짐이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우울한 분위기에서 운동을 했던 선수들도 모처럼 활짝 웃고 있다. 인삼공사 선수들은 “서남원 감독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덕분에 잘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팀 스포츠에서 더 중요한 것은 이름값이 아닌 마음임을 인삼공사의 초반 돌풍이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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