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이 선수가 하고 있는 훈련의 80%는 수비에 할애되고 있다. 지난 2월 오키나와 캠프 부터 지금까지 정규 훈련 외 시간은 모두 수비로 채워진다. 현재 주니치 1군은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5위까지 떨어졌다. 힘 좋은 카츠라를 당장 데려다 대타로라도 쓰고 싶겠지만 참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선수의 육성은 세 가지로 나눠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즉시 전력, 육성, 미래 육성으로 나눌 수 있다. 즉시 전력의 경우 1군 감독, 스태프와 상의해 훈련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나머지 선수들은 개인 훈련 시간을 세분화 해 특성에 맞는 육성 프로그램을 따로 준비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일단 선수를 스카우트 하면 모든 코칭스태프가 모여 그 선수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토론을 통해 결정하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시, 팀 훈련과 개인 훈련을 병행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구단들이 그저 2군의 훈련량을 늘리는데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대목이다. 의미 없이 획일화 된 지도는 선수의 발전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잘 하는 부분은 꾸준한 훈련으로 특화 시키고 부족한 부분을 중점 교육해 완성형 선수를 만드는 탄력적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다.
보통의 2군은 이런 부분에서 적잖은 문제점이 노출된다. 특성에 따른 방식 보다 전체 훈련과 경기가 주를 이룬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간 대화도 부족하다. 훈련량은 많지만 효율이 떨어지는 이유다.
실제 이런 맹목적 훈련을 통해 성장한 2군 선수는 1군에 가더라도 자리를 빨리 잡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1군은 바로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특성화 되지 않은 선수는 그저 흔한 선수 중 한 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경우 1차 지명 선수는 거의 무조건 즉시 전력을 분류 된다. 선수층이 얇은 현실에서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의 과거 경력화 현재 몸 상태 등을 세심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1차 지명을 받는 선수는 대부분 팀의 에이스다. 그만큼 많은 공을 던지고 프로에 왔다. 일본은 더하다. 고시엔이라는 특수한 대회를 치러야 하는 에이스들은 대부분 혹사에 가까운 투구를 한다. 몸이 채 완성되지 않은 선수에겐 분명 부담이 되는 양이다.
이런 선수들이 프로에 입문하면 더 무리를 하게 된다. 기대를 하고 있는 코칭스태프에게 뭔가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렇게 무리한 훈련 탓에 제 기량을 펼쳐보기도 전에 좌절하는 유망주들을 숱하게 봐 왔다.
일본 프로야구의 전설적 투수인 구와타(전 요미우리)는 입단 후 1년간 2군에서 머물러 있었다. 공도 거의 손에 쥐지 않았다. 러닝과 하체 강화 훈련에 거의 모든 시간을 투자했다.
포수로서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던 조지마(전 한신)도 입단 첫 1년은 2군 생활이었다. 타격은 이미 인정 받았지만 수비에서 부족함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어떤 감독이건 바로 1군에서 쓰고 싶었을 인재들이다. 하지만 팀을 위해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던 것이다.
무작정시간만 보내 것이 아니다. 그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맞춤형 교육을 했다. 전설은 타고난 능력에 세심한 관심, 그리고 그에 맞는 처방이 더해졌을 때 만들어 지는 것 아닐까.
*이데일리는 현재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2군 타격 코치로 활동중인 서용빈 코치의 칼럼을 전재 합니다. 그동안 단순한 연수나 견학 차원에서 일본 구단을 지켜 본 지도자들은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서 코치는 1차 연수를 이미 끝낸 바 있으며 현재 주니치의 정식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일본 연수와 국내 구단에서의 지도, 여기에 일본 선수들까지 직접 가르치며 느낀 것 들은 보다 깊은 야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일본 야구는 우리 보다 앞서 있다’는 겉핥기식 칼럼이 아닌 보다 색다른 시선으로의 접근을 해 보려 합니다. 서 코치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깨닫게 된 이야기 들을 여러분과 공유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