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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와 아스널은 2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201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에서 맞붙었지만 1-1로 비겼다.
이로써 승점 1점을 보태는데 그친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역대 최고 승점(2005년 첼시. 95점) 달성이 무산됐다. 하지만 이미 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무승부도 결코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반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걸린 4위 자리를 놓고 첼시, 토트넘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아스널은 먼저 선제골을 넣고도 이를 지키지 못했다. 강호 맨유를 상대로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이날 경기에 앞서 선수들이 입장하는 순서에서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먼저 등장한 홈팀 아스널 선수들이 양 쪽에 나란히 서서 그라운드로 들어오는 맨유 선수들에게 박수를 치며 축하 인사를 건냈다.
이는 우승을 확정지은 팀이 원정경기에 나설 때 해당 홈팀이 상대팀에 챔피언 대우를 해주는 프리미어리그의 오랜 전통이었다. 하지만 맨유와 오랜 시간 라이벌로 경쟁해왔던 아스널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하는 굴욕이나 다름없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는 ‘판 페르시 더비’로 더 큰 관심을 모았다. 아스널은 판 페르시가 지난 시즌까지 뛰었던 친정팀. 하지만 올시즌 우승 트로피를 위해 맨유로 이적하면서 아스널 팬들이 판 페르시에게 느끼는 배신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판 페르시가 맨유 이적 후 처음으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내자 아스널 홈팬들은 엄청난 야유를 퍼부었다. 판 페르시는 관중들의 야유에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의외로 선제골은 빠른 시간에 나왔다. 전반 2분 시오 월콧이 주인공이었다. 토마스 로시츠키가 중원에서 안으로 재치있게 찔러준 패스를 월콧이 상대 오프사이드 라인을 뚫고 단독찬스에서 골로 연결시켰다.
리그 챔피언 맨유도 그냥 물러서지는 않았다. 판 페르시를 앞세워 적극적인 공세로 전환한 맨유는 전반 44분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판 페르시가 아스널 수비수 바카리 사냐의 패스 실수를 틈타 페널티박스 왼쪽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사냐의 파울을 유도했다.
직접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판 페르시는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판 페르시의 시즌 25번째 득점이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2년 연속 리그 득점왕을 확정짓는 골이었다. 하지만 골을 넣고도 세리머니는 없었다. 친정팀 팬들을 위한 배려 때문이었다.
후반전 들어 양 팀은 치열한 공방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동점 균형을 깨는 추가골은 끝내 터지지 않았고 1-1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같은 무승부지만 이미 목표를 이룬 맨유 보다는 4위권 싸움이 다급한 아스널에게 더욱 아쉬운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