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김장훈 "살려고 떠난다"

조우영 기자I 2012.10.08 06:31:45
김장훈(사진=권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가수가 있다. 빅뱅·소녀시대 같은 아이돌 가수도 아니다. 바로 김장훈(45)이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김장훈이 지난달 말 이데일리의 재창간을 축하하기 위해 특별한 시간을 쪼갰다. 공교롭게도 인터뷰를 마친 후 김장훈은 싸이와 갈등을 빚은 게 알려지면서 지난 주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인터뷰 당시 김장훈은 이같은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듯 “힘들다”는 말을 수차례 털어놨다. 앞서 김장훈은 자신의 미투데이에 싸이와 관련된 서운한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내면서 “오죽하면 제가 사랑하는 내 나라를 몇년 간 떠나겠습니까. 제발 그만합시다”는 글도 올렸다.

“사실 육체적으로 활동이 힘든 건 없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사람이 힘든 건 사람 때문이다. 올해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이 많았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같은 일이라도 받는 하중이 열 배 스무 배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는 지난 9월6일 자신의 미투데이에 공연 도용 행위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당시 “돈은 가져가도 창작은 뺏기고 싶지 않다. 이제 카피 좀 제발 그만 했으면”이란 글을 올렸다. 누구라고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팬들은 들끓었다. 추측도 난무했다.

“엉킨 실타래를 풀고 말고가 없다. 세월이 약이다. 가식적이나마 내가 부족하다고 인정하는 게 가장 빨리 풀 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강한 줄 알았다. 아니더라. 나를 버리지 못했다. 혹시 내가 자살할까 걱정하는 분도 있더라. 그만큼 힘들었다. 하지만 곧 이겨낼 거다. 왜 죽나. 지금 죽으면 요절도 아니고 호상도 아니고 애매하다. 하하.”

김장훈은 연예계 대표적인 ‘기부 천사’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집계된 기부 금액만 120억원, 올해 세계 유력 매체에 집행한 독도와 일본군 위안부 관련 광고·홍보 사업비가 약 40억원이다. 여기에 쓰이는 돈을 벌기 위해 업소 밤무대나 작은 규모의 구청 행사도 마다하지 않는 그다. 그가 가진 홍보대사 직함은 대한민국 나눔대축제·해양경찰청 등 13개. 어느 하나 허투루 이름만 걸친 곳이 없다.

때때로 ‘병적인’ 나라 사랑과 스스로 짊어진 책임감이 견디기 어려워 공황장애도 앓고 있다. 그는 ‘국민 가수’라는 수식어보다 ‘구(區)민 가수’로 불리길 좋아한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을 떠난다고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 얼굴에 미소만 가득했던 그가, 슬픔에 빠진 이유는 또 무엇일까.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랫말 중 ‘갈 데까지 가 보자’는 원래 내 신념이자 철학이다. ‘세상을 올바르게, 세상을 따뜻하게’라는 이데일리 사시를 봤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진짜다. 음악과 국가 앞에 돈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예전에는 죽으려 떠났지만 이제는 살려고 떠난다.”

근래 김장훈의 행보는 그의 평소 성격으로 가늠할 수 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면 거침없이 밀어붙인다. 그는 한 설문조사에서 ‘국회에 보내고 싶은 연예인’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수년 전 “내가 정치를 한다고 하면 삶은 계란을 던지라”는 선언까지 했지만, 선거철이면 많은 이들이 그의 이름을 또 떠올린다.

“만약 내가 사회 부조리에 대한 속내를 다 털어놓으면 노래를 못할 거다. 비정규직 문제, 대기업 횡포, 종교계 비리 등 세상만사에 관심이 많고 분노할 일도 많다. 개인적으로 흑백이 갈리는 일에는 나서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정치적 발언은 하지 않는다. 다만, 국가나 민족적인 문제는 그런 게 없지 않나. 나는 소셜테이너가 아니다. 내셔널테이너(national+entainer) 정도로 해달라.”

혹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정치에 관심은 없다 해도 결국 가수로서 그가 인기를 얻고, 유지하는 또 하나의 방식 아니냐”는 식의 주장이다. 김장훈은 피식 웃었다.

“인기 때문이 아니다. 제도권에 들어가 자기가 바꿔보겠다고 정치에 참여한 연예인들 바꾼 게 뭐 있나. 연예인은 이미지가 중요하다. 누구와도 싸우지 않는 게 제일 좋다. 가식적으로 살면 편하다. 개그맨이 웃음을 통해 국민의 시름을 덜어주듯 난 노래할 뿐이다. 그 진정성을 몰라준다 해도 서운한 건 없다. 대중가수는 대중에게 덤빌 자격이 없다.”

그는 누가 뭐래도 천생 가수다. ‘나와 같다면’,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등 떠올려보면 히트곡도 수두룩하다. ‘봄비’, ‘독립군 애국가’ 등 가볍고 묵직한 신곡 역시 꾸준히 발표 중이다. 오는 25일에는 정규 10집이 나온다. 타이틀곡 뮤직비디오 주인공은 패리스 힐튼이 맡았다.

“이번 10집을 위해 내 유일한 노후 대책인 연금보험까지 깼다. 패리스 힐튼의 유명세 때문에 그를 섭외하지 않았다. 뮤직비디오서 그의 비중은 4분의 1도 안 된다. 그에게 딱 하나 원했던 표정을 얻었다. 슬픈 눈빛이 그것이다. 패리스 힐튼이 정말 ‘돌아이’일까? 재벌 상속녀라고 행복하기만 할까? 절대 울 것 같지 않은 사람의 눈물을 얻었다. 패리스 힐튼을 통해 나를 표현하고 싶었다. 내가 울고 싶을 때 사람들은 나를 보고 웃었던 때가 있다.”

속내는 울고 있으나 대중에게 웃는 모습을 보여준 그였다. 인터뷰 내내 격정적이고 슬픈 말도 쏟아냈지만, 미래에 대한 계획을 말할 때는 활기가 넘쳤다.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했다.

“타국서 마음을 비우고 활동하다보면 한국이 그리워질 거다. 감사한 마음만 갖고 돌아오겠다.”



※프로필

김장훈(金章勳)은 경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91년 데뷔했다. 이전에는 고(故) 김현식과 ‘메신저’라는 그룹으로 활동했다. 그간 9장의 정규앨범, 7장의 싱글, 라이브 앨범 2장을 발표하면서 20여 히트곡을 보유했다.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공연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연출가이기도 하다. 개인 단독 공연만 2000회를 돌파했으며, 싸이와 함께한 ‘완타치’ 합동 콘서트는 2010년과 2011년 2년 연속 매출 100억원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그는 사회 공헌·봉사활동·기부에 앞장서고 있으며 국내 과학기술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덕분에 카이스트 교수·학생들은 물론 다양한 학계 전문가들과 교류가 활발하다. 그는 이들과 협력해 현재 독도재단 설립을 진행 중이다.

※ 수상경력

2012 버락 오바마 대통령 봉사상

2011 기부천사의 아름다운 기부금 전달식 감사패

2010 제10회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나눔봉사부문

2010 글로벌 피스 리더스 콘퍼런스 코리아 평화의 새

2009 대한민국 나눔대상 통일부장관상

2009 제18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공연문화상

2009 제5회 통일문화대상 화해협력부문

2008 한국잡지협회 2008 잡지인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상

2008 제35회 한국방송대상 가수상

2008 제4회 사회공헌대상 특별상

2008 제6회 자랑스런 문화인상 연예부분

2008 제5회 촛불상

2007 국회대상 대중문화 & 미디어 대상 특별상

2007 제19회 아산상 사회봉사상

2002 기자들이 뽑은 2001년 최고의 선행 연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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