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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19일자 32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 `X세대` 부활했다.
90년 청춘문화를 다룬 드라마, 노래, 영화 등이 연이어 주목받고 있다. 첫사랑을 다룬 드라마 `사랑비`가 시청자의 관심을 받더니, 통기타 리듬의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노래가 음원 사이트를 휩쓸고 있다. 최근에는 90년대 학번의 첫사랑을 다룬 영화 `건축학개론`이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일각에서는 30대 중반에 들어선 X세대가 문화의 창작자이자 주된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X세대에 대한 관심은 `건축학개론`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흥행의 제1 동력은 X세대로 불리는 30대의 지지였다. X세대는 1970년대에 태어나 1990년대 초중반에 `나는 나`를 외쳤던 이들이다. `정의할 수 없는 세대`라는 뜻처럼 X세대는 이전 세대의 가치관과 문화를 거부하고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흐름을 주도했다.
영화에는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공일오비의 `신인류의 사랑`,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등 90년대 가요가 흘러나온다. 삐삐와 무스, 휴대용 CD 플레이어 등 추억의 물건들도 곳곳에 등장한다. 당시 최고 유행이던 게스(GUESS)의 짝퉁 티셔츠 `GEUSS`, 주인공 승민의 재수생 친구인 납뜩이가 입고 나오는 통이 큰 힙합바지, 하드가 1기가(1GB)인 펜티엄급 컴퓨터에 감탄하며 놀라는 장면 등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바로 말해준다.
`건축학개론`은 이렇듯 90년대 청춘문화를 꿰뚫는데, 영화의 흥행은 향후 대중문화 판도에 여러가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후크송과 댄스곡이 판을 치고 있는 가요계에 통기타를 든 버스커버스커가 `여수밤바다`를 말하고 `벚꽃엔딩`의 애잔함을 읊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장근석 윤아를 전면에 내세운 `사랑비`의 복고 정서도 이와 맞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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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의 재조명은 90년대 문화에 대한 향수로 이어진다. 과거 영화판에서 추억의 대상으로 반추됐던 시절은 거의 대부분이 1970, 80년대였다. TV 드라마도 다르지 않았다. 90년대 향수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건축학개론’이 이례적이다. 앞으로 90년대 청춘문화가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본격적으로 꽃을 피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윤영미 SBS 아나운서는 자신의 트위터에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첫사랑, 첫눈···. 까무룩하고 애련한 영화"라고 적었다.
이 같은 현상은 X세대가 문화의 주 소비층으로 자리잡은 데다가, 창작의 주체 역시 같은 시절을 보낸 이들로 같아지며 가속화되고 있다. `건축학개론`의 연출자 이용주 감독도 90학번에, 주제가를 부른 가수 김동률도 92학번이다.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방송인 김제동 등도 X세대 대표 주자로 트렌드와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각종 드라마와 영화의 주인공도 한가인, 엄태웅, 김희선, 장동건, 전지현, 손예진, 하정우 등 30대가 주를 이룬다.
바람은 지난해부터 불었다. Mnet `슈퍼스타K`, MBC `나는 가수다`, KBS2 `불후의 명곡`, SBS `K팝스타` 등 오디션 프로그램은 90년대 명곡들을 다시 들려줬다. 90년대 정서를 접목한 Mnet `문나이트 90` 등도 방송됐다. 90년대 히트곡들로 복고 음악 신드롬을 일으킨 UV(유세윤, 뮤지), `슈퍼스타K3` 준우승팀 버스커버스커의 인기 역시 90년대 어쿠스틱한 서정성에 기댄 바가 크다. 방송가에서 촉발된 90년대 복고 바람이 가요, 영화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X세대는 이 같은 최근의 분위기를 반기면서도, 한 편으로는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90년대 젊은 세대를 대변했던 X세대가 어느덧 추억이 된 현실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건축학개론`의 한 관계자도 “영화를 본 30대, 특히 여성 관객 가운데 같은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영화 `흉터`의 임우성(@rainmakerl) 감독은 "`건축학개론`과 버스커버스커 현상은 `복고`로 정리할 수 없는 `낭만`에 대한 본능적인 `열망`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1990년대를 산 젊은이들이 이제 기성세대가 돼 자신들의 지난 청춘을 추억으로 돌아보는 시대가 됐다"며 “폭발적이진 않아도 90년대 문화상품의 공급과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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