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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가득염(현 롯데 코치)과 최동수, 그리고 류택현(이상 LG)의 공통점을 오래도록 야구 선수로 뛰었다는 것이다. 모두 야구 선수로 환갑이 넘은 마흔살 이상까지 던졌고 또 뛰고 있다.
이 중 류택현은 13일 잠실 KIA전서 뜻 깊은 대기록을 세웠다. 814번째 마운드에 올라 투수 최다경기 등판 신기록을 세웠다.
팔꿈치 부상으로 은퇴 및 지도자 권유를 받았지만 스스로 택한 선수의 길이었다. 방출과 자비 수술, 그리고 길고 긴 재활로 이어지는 지난한 과정을 이겨낸 인간 승리의 기록이었다.
이들 세 선수의 닮은꼴은 비단 오래 야구한 것만에 그치지 않는다. 부족한 재능을 노력으로 메웠다는 것, 그리고 늘 가장 먼저 야구장에 나오는 선수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최동수는 "예전에 한번 야구장 오기 전에 잠깐 어디 들렀다 오는데 차가 사고가 났는지 너무 막혔다. 시간은 자꾸 가고... 결국 제 시간에 도착하긴 했는데 어찌나 불안하던지. 남들 오는 시간에 왔는데 괴로워하던 나를 보며 혼자 웃었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었다.
가득염도 마찬가지였다. 야구장에 일찍 나와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고 했었다. 다른 선수들 보다 적어도 2시간은 일찍 나와 먼저 움직였다.
류택현도 다르지 않다. 그는 여전히 LG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선수다.
특별히 하는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선수들 보다 조금 일찍 일상을 시작할 뿐이다. 치료도 받고 일찌감치 스트레칭을 하며 먼저 몸을 덥혀둔다. 늘 준비된 상태에서 훈련을 시작했기에 오래도록 야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맘 편히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조용한 운동장에서 마음을 가라앉히며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조기 출근의 장점이다. 남들보다 전력분석 등 공부할 시간도 늘어난다.
야구 선수들에게 출근 시간은 하나의 특권의식 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잘 나가는 선수는 나와야 하는 시간에 가깝게 맞춰 등장할수록 '있어보인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야간 경기가 대부분인 프로야구. 경기 후 삶을 즐기려다보면 다음날 일찍 나온다는 건 맘 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쉬운 일이었다면 평범한 재능의 노장들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지 못했을 것이다.
최동수는 "젊은 선수들 보면 야구장에 끌려나오는 것 처럼 나타나는 선수들도 있다. 절실하지 않아 그렇지 않았을까? 예전에 (송)진우형이 그랬다. 야구장에 나오는게 즐거워지면서 야구도 잘 풀렸다고. 스스로 느낄 날이 올 것이다. 부디 그게 너무 늦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가득염이나 최동수, 그리고 류택현 모두 가장 늦게 등장해도 누가 뭐랄 사람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늘 가장 먼저 문을 열고 운동장에 들어왔다.
류택현은 "야구장에 오면 시간은 금방 간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요즘은 젊은 선수들도 많이 일찍 나온다. 대부분 약속된 시간보다 훨씬 일찍 온다. 우리 팀이 많이 좋아졌다는 증거"라며 웃어보였다.
야구 선수로 장수하고 싶다고? 우선 가장 먼저 야구장에 나와 남들보다 먼저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