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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한국과 일본이 남아공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준수한 경기력을 선보인 이후 '변방'쯤으로 여겨지던 아시아 축구의 위상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나란히 16강에 이름을 올리며 '진화'의 증거를 보여줬다. 두 나라가 공동개최한 2002한일월드컵을 제외하고 원정 월드컵 무대에서 16강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경기 내용이 뛰어났다. 한국은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1-2로 분패했지만, 후반 들어 한 수 위 체력과 근성을 앞세워 경기를 지배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일본 또한 마찬가지다. 한 수 위로 여겨진 파라과이를 상대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펼쳐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나라의 월드컵 도전은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지만, 이후 두 나라 선수들에 대한 유럽 클럽 관계자들의 러브콜과 영입 러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새다. 이른 바 21세기판 '고 웨스트(Go west)'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4강의 기적을 이뤄낸 이후 우리 선수들의 유럽 진출이 봇물터지듯 이뤄진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 한국, '셀틱행' 차두리 등 4~5명 물망
가장 먼저 이적을 신고한 인물은 한국의 측면수비를 담당한 '차미네이터' 차두리다. 독일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 소속인 차두리는 본선 직후 스코틀랜드의 명문 클럽 셀틱 이적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수비수 조용형(제주 유나이티드) 또한 빅리그 이적 가능성이 제기되는 선수다. 조용형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클럽 아스턴빌라를 비롯한 몇몇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소속팀 제주가 조용형의 해외 이적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인 만큼, 분위기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만약 조용형이 아스턴빌라 입단에 성공할 경우, 곧장 유로파리그를 통해 유럽클럽대항전을 경험할 수도 있다.
프랑스의 명문 클럽 모나코에서 뛰고 있는 공격수 박주영 또한 애스턴빌라를 비롯해 풀럼, 에버튼 등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버풀의 영입 리스트에 이름을 올라 있는 이청용(볼튼 원더러스), '옛 스승' 세뇰 귀네슈 트라브존스포르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기성용(셀틱) 등도 이적 가능성이 적잖은 인물들이다.
◇일본, 공격 듀오와 GK 이적설 제기
일본에서는 두 명의 공격수와 골키퍼가 유럽 빅 클럽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공격자원들 중에서는 최전방 공격수 혼다 케이스케(CSKA 모스크바)와 '영건' 모리모토 타카유키(카타니아)가 주인공들이다. 두 선수 공히 이미 유럽무대에 발을 들여놓은 입장이지만, 더 큰 무대로의 도약 가능성이 제기돼 관심을 모은다.
혼다는 이탈리아의 명문 클럽 AC밀란 이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모리모토는 프리미어리그의 강호 아스널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실현될 경우 '소속팀 업그레이드'를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일본의 수문장 가와시마 에이지(가와사키 프론탈레) 또한 벨기에 1부리그 클럽 리에르세로부터 비공식적으로 이적 제의를 받아놓은 상태라 유럽행 비행기에 오를 가능성이 상존한다.
◇북한 정대세, 분데스리가 노크
비록 전패로 조별리그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보긴 했지만, 북한도 동아시아의 유럽행 러시에 동참할 모양새다.
주전 스트라이커 정대세(가와사키 프론탈레)가 분데스리가 2부리그 클럽 보쿰 이적설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까닭이다. 일본 매체들은 '정대세가 현 소속팀 가와사키의 양해를 얻어 보쿰 이적에 합의했으며, 조만간 이적 발표와 함께 독일로 건너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계약기간은 2년이며, 이적료와 연봉은 각각 25만유로(3억8,000만원)와 40만유로(6억1000만원)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대표팀 미드필더 홍영조(로스토프)가 러시아 무대에 몸담고 있지만, 유럽 빅리그에 이름을 올린 케이스는 이제껏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엄밀히 말해 재일교포인 정대세는 북한 국적자가 아니지만, 북한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적이 실현될 경우 북한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