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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감독과 딥토크2] "조광래 유치원,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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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 기자I 2010.05.03 06:16:00
▲ 조광래 경남FC 감독(사진_송지훈 기자)

[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조광래 감독이 이끌고 있는 경남FC는 올 시즌 K리그 서열 파괴의 주범으로 불리고 있다. 선수단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K리그를 통틀어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으면서도 내로라하는 강호들을 연파하며 1위 자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어서다. 투자와 성적이 대체적으로 비례하는 프로의 세계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결과이기도 하다.

◇프로의 법칙을 허물다
경남의 질주에 대한 조 감독의 평가를 들어봤다. 별도의 설명보다는 감독 자신의 말을 그대로 전달하는 편이 더욱 효과적일 것 같아 가감 없이 인용한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설명하는 조 감독의 얼굴은 무척 밝았다. 그리고 표정과 제스처에서는 강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우리 팀이 K리그 중간 선두라는 사실이 기쁘긴 하지만, 전체를 봤을 때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해. 많은 투자를 하고 좋은 환경을 갖춘 팀, 좋은 선수를 많이 확보한 팀이 뛰어난 성적을 내는 것이 당연하니까. 그런데, 경남이 잘 하는 건 두 가지 면에서 의미도 있을 것 같아. 우선 축구팬들은 이런 상황을 통해서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거라고 믿어. 약자가 역경을 딛고 강자에게 승리하는 건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 인기 스토리잖아. 그리고 ……."

잠깐 말을 끊고 물 한 잔을 들이킨 조 감독은 차분히 설명을 이어나갔다.

"다른 한편으로는, 돈 많은 구단들이 경남의 활약을 보면서 경각심을 느꼈으면 해. 아무리 많은 돈을 쓰더라도 길게 보지 않는 투자는 오래 가지 못해.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갖고 멀리 보면서 가야지. 당장 성적이 좋고 인기가 있다고 해서 주어진 현상에 만족하면 안 돼. 단순히 돈을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도 중요하다는 이야기지."

◇왜 늘 유치원인가
올 시즌 경남 선수단은 '조광래 유치원'이라는 재미난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주전급 멤버 중 상당수가 프로1년차와 2년차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까닭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조광래 유치원'이 조 감독이 경남에 부임한 2008시즌부터 문을 연 것은 아니다. 조광래 감독이 FC서울 지휘봉을 잡고 있던 시절에도 유망주 발굴과 육성을 담당하는 '유치원'은 변함 없이 가동됐다. 볼튼원더러스에서 뛰고 있는 이청용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청용은 조 감독이 서울 사령탑에 올라 있던 지난 2004년 도봉중을 중퇴하며 FC서울에 입단했고, 이후 프리미어리거로 성장했다. 구단의 경제적 상황과 상관 없이 '될 성 부른 떡잎'을 찾는 조 감독의 노력은 꾸준히 지속해 왔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한 조 감독의 설명 요지는 간결했다. "미래를 내다봐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프로팀에게 우승은 지상 목표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선 곤란해. 팬들에게 꾸준히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지. 어린 유망주들을 발굴한 뒤에 그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실력과 인기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야. 나는 그런 쪽에서 책임감을 느꼈던 거지. 서울 시절에 다른 구단이 대학생 뽑을 때 나는 중학생을 뽑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지. 처음에 중학생을 프로에 입문시킨다고 할 땐 '엉뚱한 쇼 한다'는 비난도 많이 받았어. 하지만 구단의 미래는 결국 유소년이야. 지금부터라도 K리그가 마인드를 바꿀 필요가 있어. (이)청용이 보다 더 좋은 선수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니까."
▲ 볼튼원더러스 미드필더 이청용

◇'조광래 유치원'에 가입하려면
관련해 한 가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 있다. 조광래 감독은 과연 어떤 기준에 따라 선수를 뽑을까. 도대체 무엇을 보고 선발하기에 데려오는 선수마다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리는 것일까. 경남을 통해 K리그에 진출하고자 하는 축구선수들에겐 일종의 '천기누설'이 될 수도 있겠다.

"두 가지를 봐. 일단, 그 선수만의 확실한 특징이 있어야 해. 특징은 곧 무기야. 프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특징을 갖췄다면 일단 'OK'지. 그리고 영리한 선수가 좋아. 머리가 따라주지 않으면 시간을 두고 투자해도 성장이 더뎌. 신체조건은 컨디션을 끌어올려서 만회할 수 있고 기술적인 부분은 향상시킬 수 있지만, 순간적인 대처 능력 같은 건 타고나야 돼. 특히나 요즘 축구가 빠른 템포 위주로 흐르는 추세잖아. 이런 상황 속에서는 '축구 지능'이 점점 더 중요해질 거야."

말을 마친 조 감독은 "내년부터 경남 2군을 어린 선수 위주로 육성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현재 경남 구단 지정 유소년팀인 진주고의 경우, 경남FC의 미래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선수 선발 과정에 내가 직접 관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광래 유치원'이 더욱 전문적으로, 그리고 더욱 효율적으로 거듭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 조광래 경남FC 감독(사진_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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