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이 속담만큼 피고용자의 애환(哀歡)이 깃든 말도 없을 것입니다. 까놓고 이야기해서 환보다 애가 많은 게 현실입니다. '수틀리면' 떠날 수 밖에 없는 것은 늘 매인 자의 몫이 아니었던가요. 역사도 그랬고, 일상도 다반사입니다.
최근 미네소타 트윈스 테리 라이언 단장이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그는 '스몰 마켓'에, 돈 안 쓰는 '짠돌이'란 욕을 바가지로 먹는 구단주 밑에서 40세부터 13년간 구단 살림꾼(스카우트 부장으로 첫 고용된 것을 포함하면 21년)으로 충성을 다 바쳐 팀을 반석 위에 올려 놓은 '일개미'였습니다. 30개 팀 중 19위에 불과한 저예산으로 지난 5년간 4번이나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습니다.
그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선수들과 동업자들로부터 그동안 치적에 대한 칭찬이 쏟아졌습니다. 그가 손수 뽑은 토리 헌터는 "만약 라이언에게 양키스 같은 팀 연봉이 주어졌다면 10배는 더 잘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고 했습니다. 같은 중부조의 시카고 화이트삭스 케니 윌리엄스 단장은 "일에 관한 한 그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열심이었고 탁월했다. 이 바닥에 있는 모든 단장들이 그렇게 존경하고 인정한다. 그가 그리울 것이다"고 아쉬워 하며 "2010년 트윈스가 새 구장을 지으면 그의 이름을 갖다 붙여야 한다"고까지 말했습니다. AP 기자의 표현대로 그는 유니폼만 안 입었다 뿐이지 최근 트윈스의 성공에 단연 핵심 선수였습니다.
그는 사임의 변으로 '염증'을 말했습니다. "이젠 이기는 것도, 지는 것도 다 시들해졌다. 단장이 그러면 안 되는데.... 올시즌 부진했지만(2000년 이후 처음으로 5할 이하 승률) 100승이나, 100패를 했더라도 달라질 것은 없었을 것이다.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결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의 사임의 변에 고개를 젓습니다. 수입의 50% 이상을 선수 연봉에 투자 하지 않겠다는 구단의 완고한 긴축 경영에 오히려 염증을 느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입니다. 당장 올 시즌 후 헌터, 내년 시즌 후 요한 산타나 등 그의 손 때가 묻은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자유계약선수가 되는데, 구단이 지갑을 열지 않는 상황서 이들을 잡아 두기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선수들의 계약은 자신이 있건, 없건 결정 날 문제라며 사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올 시즌 트윈스의 부진은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예년처럼 마이너리그에서 좋은 선수가 올라오지 않은 가운데 론델 화이트 같이 저비용 노장 선수들로 전력의 공백을 메우려 했으나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그것은 고스란히 그의 짐이 됐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전혀 좁혀지지 않자 그는 스트레스에 짓눌릴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절이 싫으면 떠날 수 밖에 없는 중'이 된 것입니다(구단 수석 자문역으로 남지만 예우 차원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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