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중국)=이데일리 SPN 정유미 통신원]'한국 성공에 배가 아픈 건가.'
미국에서 개봉한 400억원짜리 SF 대작 '디 워', 광개토대왕의 이야기를 다룬 430억원짜리 판타지 사극 드라마 '태왕사신기'.
2007년 들어 연이어 화제를 모으며 등장하는 한국의 대작 문화 콘텐츠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이 곱지 않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태왕사신기'에 대한 중국 당국과 언론의 비난 공세는 이례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드세다. 중국 내에서 방영하는 것도 아닌데, 매일 이런 저런 내용을 트집 잡으며 드라마의 내용을 문제삼고 있다.
그런가 하면 '태왕사신기' 이전에 큰 관심을 모은 '디 워'에 대해서는 아직 중국 개봉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자본을 바탕으로, 미국 배경으로 만든 할리우드 모방작"이라고 폄하하고 있다.
◇ 중국 언론 자국 문화 자긍심 높이려 조직적인 '한국 헐뜯기'
또한 올 상반기 중국에 수입된 아시아권 영화 중에서 유일하게 흥행 20위권 안에 든 영화 ‘괴물’에 대해서는 “반미 감정을 토대로 한 한국인 특유의 민족주의가 흥행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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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의 남자’는 동성애를 이유로 당국에서 상영을 불허하기도 했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트집잡기도 여전하다. 인기 채널인 후난위성방송의 리하오 편집 총주임은 12일 ‘우한천바오’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적인 감각을 따르고 있는 대만 드라마들에 비해, 한국 드라마는 선정성으로 밀고 나간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실제로 지난 해부터 중국 언론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천편일률성을 비판하는 보도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8일 ‘칭다오완바오’는 중국에서 크게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천국의 계단’과 ‘풀하우스’, ‘내 이름은 김삼순’을 예로 들며 “‘부유하고 배경 좋은 남자주인공과 어려운 형편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여자주인공’이 한국 드라마의 일반적인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중국방송영화TV총국은 2005년까지 한 해 10편 이상 됐던 한국 드라마 수입 편수를 지난해 4편으로 줄인 이래 올해 들어서도 축소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지난 해부터는 한류 드라마는 오후10시 이후에만 방영토록 하고 있다.
위성방송을 설치하는 가정이 급격히 늘어나자 지상파 뿐만 아니라 외국 위성방송의 수신 행위까지 대폭 규제하고 나서는 등 전방위적으로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경계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 中 문화적 자긍심 최고...국산 영화의 자국 흥행은 저조
중국 당국이 언론을 동원해 이처럼 조직적으로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해 딴지를 거는 것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정치 경제에 이어 문화적으로 아시아 정상에 오르려는 야심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 정부는 8월8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1년 앞두고 이번 올림픽을 ‘전세계 문화의 장'이자 ‘중국 문화상품을 전파하는 교두보’로 삼자고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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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영화에 대한 중국인들의 자긍심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 베니스 영화제에서 이안 감독이 ‘색, 계’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을 때 중국인들의 열광은 극에 달했다.
연일 이안 감독과 주인공 양조위(양차오웨이)의 얼굴이 중국 종합지 및 지방지 머릿기사를 장식했으며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속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부심과 달리 중국 내에서 자국 영화의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 못하다. 박스오피스 수위를 차지하는 것은 대부분 할리우드 영화들이다.
올해 상반기에 중국에서 개봉된 영화는 모두 74편. 이중 국산 영화가 48편이고 수입된 영화는 26편이다.
그러나 흥행 수익을 보면 수입 영화 대 국산 영화가 61대 39의 비율로 수입 영화의 수익이 편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월등하게 높다.
특히 흥행순위 1~5위까지는‘캐리비안의 해적3’, ‘스파이더맨3’, ‘007 카지노 로얄’ 등 할리우드 영화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관객들을 국산 영화에서 멀어지게 하는 원인은 웅장한 스케일에 비해 지루한 내용 전개, 현실성 없는 구성 등이 지적되고 있다. 영화 관련 사이트에는 관객들의 애정어린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영화계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중국 드라마 역시 오래 전부터 엉성한 구성이 자주 도마에 올라왔다.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 마니아들을 양성한 것은 일부 한류 스타들보다도 드라마의 탄탄한 구성이 한몫을 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최근 전방위적인 중국 당국과 언론의 비난에는 이러한 자국 콘텐츠의 인기 부진에 대한 초조감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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