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최은영기자] 김주하는 누가 봐도 '성공한 여자'다. '최초', '최고'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 사는 것만을 봐도 그렇다.
사회인으로서의 명성에 비춰 여자로서의 인생도 크게 뒤쳐져 보이지 않는다. 최근 있었던 출판기념 사인회장에는 남편 강필구씨가 아들 준서와 함께 행사장을 찾아 다복한 가족애를 과시해 보였다.
"슈퍼우먼 아니냐"는 질문이 절로 나왔다. 김주하는 "모르는 소리"라며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들고 봤다. 자신 또한 '워킹맘'의 비애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김주하는 "일과 가정에서 완벽한 여성이 이 세상에 몇이냐 되겠느냐"고 반문한 뒤, "엄마 아내로서의 자리를 너무 나몰라라 하는 것 같아 가족들에게 미안할 때가 많다"고 고민을 말했다.
그녀의 에세이집을 접한 사람들 중에는 '앵커, 기자 김주하는 책 속에 충분히 담겼는데 왜 정작 궁금해 하는 인간, 여자 김주하는 빠졌느냐'고 의문을 갖는 이들이 많다.
김주하는 "자전적 에세이를 쓰기에 연륜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의도적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는 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 "앵커 만큼이나 엄마로서의 자리도 소중해. 둘째는 반드시 딸을 낳고파"
-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 방송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솔직하고 털털한 편이죠. 자신을 포장하는 법과 관련해선 문외한에 가깝워요. 성격도 그렇지만 외모를 꾸미는 것도 마찬가지죠. 사내에서 유명해요. '화장 못하고, 옷 못입기'로 말이죠. 노력해도 안되는 부분이 있더라구요.
- 방송사에 출근할 때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한다는데 사실인지... 얼굴을 알아봐서 불편한 점이 많은텐데.
▲ 집이 영등포 당산동인데 다행히 여의도 MBC까지 한 번에 오는 버스가 있어요. 버스 타면 편하게 앉아서 가는데 굳이 자가용을 타겠어요. 그건 낭비죠. 물론 많은 분들이 알아보긴 해요. 오늘 아침에도 출근길 정류장에서 몇 분이 사진 좀 같이 찍자고 하셨는데, 의외로 버스에 타면 반응이 잠잠해져요. 그 정도 알아보는 거야 불편할 게 뭐 있나요.
- 가수 송대관씨가 시이모부라는데, 소문에 김주하 앵커 사랑이 각별하다구요.
▲ 사실 좀 많이 예뻐해주세요. 시아버지 이상으로 챙겨주시죠. 남편 친인척 가운데 서울에 사는 유일한 분이거든요. 저도 모처럼 쉬는 날이면 밥하기 귀찮다는 핑계로 곧잘 시이모집으로 달려가곤 합니다.
- 많은 워킹맘들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민하는데 본인은 이를 어떻게 조율하는지.
▲ 사실 저도 요즘 고민이에요. 평일에는 문화부 기자로 현장에 나가고, 주말에는 또 뉴스데스크 진행을 맡다보니 아내, 엄마로서 해야할 일을 거의 못하고 있죠. 일주일에 애 얼굴을 30분도 채 못봐요. 그것 때문에 남편이랑 종종 마찰을 빚는데, 제가 뭐라 딱히 할 말이 없어요. 남편이 자주 혼잣말 하듯 그래요. '우리 애기는 평생 엄마가 해주는 밥은 못먹겠다'구요. 평일에는 친정 엄마가 준서를 돌봐주고, 주말에는 남편이 도맡아 챙겨요. 가족의 절대적인 희생이 뒤따르지 않으면 지금의 저도 아마 없었을 겁니다. 무작정 제 욕심만 챙기며 희생을 계속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니 방법을 찾아야죠. 제 커리어를 쌓는 일 만큼 아내, 엄마로서의 자리도 중요하니까요. 그런데 사실 좀 막막해요.
- 워킹맘으로서의 한계를 느낄 때는 언제인지.
▲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 앞에선 마음이 약해지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회사에 나와 있는데 집에서 문뜩 전화가 걸려와요. '오늘 아이가 첫 발을 뗐어' '난생 처음 춤을 췄어' 라구요. 다시 없을 소중한 순간에 막상 엄마인 저는 아이 곁에 없는 거예요. 그 상황을 겪지 않으면 속상함이 얼마나 큰지 절대 모르실 거예요. 이러다 내가 아이에게 엄마로서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면 덜컥 겁이 나요.
- 준서가 돌잔치에서 마이크를 잡았다는데, 아이가 커서 엄마와 같은 길을 가겠다면.
▲ 저는 일의 경중을 떠나 아이가 좋아하는 일은 뭐든 지지해줄 생각이에요. 그런데 의외로 남편은 싫은가봐요. 제가 방송일을 하며 고생한다 생각해서인지. 돌잔치를 하던 날도 아이가 마이크를 잡으려니까 아빠가 같이 힘겨루기를 해 결국 부자지간에 소소한 다툼이 있었어요. 애가 울어 어쩔 수 없이 아빠가 마이크를 놓기는 했는데 그때 정말 싫긴 대단히 싫은가 보다 했죠.(웃음)
- 내조 외조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 아이 돌볼 시간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내조는 거의 못하고 있어요. 염치없게 외조만을 받고 살죠. 바쁜 아내가 늘 못마땅하면서도 걱정은 되는가 봐요. 아침마다 잊지 않고 영양제 챙겨 입에까지 넣어주는 걸 보면요. 그런 남편이 늘 고맙고 든든해요.
- 아이는 또 계획이 없는지.
▲ 아뇨 있어요. 둘째는 반드시 딸을 낳자는 게 우리 부부의 공통된 생각이에요. 만약 또 아들 낳으면 크게 자신은 없지만 셋째까지 욕심을 부려볼지 모르겠네요. 이제 막 복직했으니 당장 아이를 갖긴 좀 곤란할 듯 하고 2~3년 후 쯤으로 계획하고 있어요.
(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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