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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비교에도 개의치 않았던 ‘긍정 소녀’
고지원은 10일 제주 서귀포시의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파72)에서 끝난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최종 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해 우승했다. 그는 KLPGA 투어 통산 3승을 기록하고 ‘버디 폭격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고지우의 동생이다. 이번 우승으로 KLPGA 투어 사상 두 번째 자매 우승이자, 같은 시즌에 자매가 함께 우승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언니 고지원은 지난 6월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우승했다.
고지원은 “어젯밤 언니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대견하고 지금까지 노력한 게 점점 빛을 보는 것 같다. 앞으로도 어떤 길을 가든 도와주겠다’는 내용이었다”면서 “둘 다 말로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보니 문자메시지로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며 웃었다.
제주 출신인 이들은 고지우·고지원이 모두 골프를 하고 남동생도 축구를 하는 바람에 집에 크게 여유가 있지는 않았다고 한다. 거기에 부모님이 맞벌이여서 어릴 때부터 고지우가 고지원의 손을 잡고 버스를 4번씩 갈아타며 연습장과 집을 오갔다. 고지원은 “어릴 때 전지훈련에 가면 언니가 머리까지 감겨줄 정도로 저를 잘 챙겨줬다”며 “언니는 저의 롤모델이다. 가족으로서뿐만 아니라 선수로도 배워야할 게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LPGA 투어 제시카·넬리 코다 자매처럼 저도 한국을 대표하는 자매 골퍼가 되고 싶다. 언니랑 같이 잘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렇게 같은 시즌에 우승하게 돼서 기쁘다. 부모님도 엄청 좋아하신다. 저희가 둘 다 골프를 하다 보니 ‘등골 브레이커’였다. 지금 부모님의 희생에 보답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도 말했다.
삼남매 중 둘째 딸인 고지원은 세상의 모든 둘째가 그렇듯 어릴 때부터 언니와 끊임없이 비교당했다. KLPGA 투어에 올라와서도 고지우가 먼저 우승하자 더욱 심해졌다. 그럴 때마다 고지원은 ‘둘 중 한 명이라도 먼저 잘 되면 좋은 것 아닌가. 어차피 나도 잘될 텐데’ 생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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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찬 ‘긍정 소녀’ 고지원도 프로 전향 후에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메인 후원사가 생기고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어나면서부터다. 그는 “그동안 골프는 행복해지는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3년 KLPGA 투어에 데뷔하면서 제 안에 다른 사람이 들어온 것처럼 불안증을 겪었다”며 “성적에 집착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기량이 떨어졌다. 올해는 성적이 어떻든 나답게 즐겁게 투어 생활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언급했다.
스윙 코치 김해림이 첫 터닝 포인트가 됐다. 올해부터 고지원은 KLPGA 투어 통산 7승의 김해림에게 스윙을 배우고 있다. 고지원은 “저는 대회 때 기술적으로 한 가지 포인트만 생각하는데 이런 단순함을 잘 맞춰주신다. 코치님이 셋업 때 체중이 오른쪽으로 밀리는 문제점을 잡아내고 체중을 중앙에 놓는 셋업 밸런스만 생각하라고 조언해주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치님이 우승 경험이 많아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시고 은퇴하신지 오래 되지 않아 코스 감각이 살아 있다. 2주 연속 챔피언 조에서 경기했는데 멘탈에 대한 조언도 해주셨다”고 부연했다.
두 번째 터닝 포인트는 일본 프로 테스트를 치른 것이다. 지난 달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1차 프로 테스트를 다녀온 고지원은 한국과 다른 일본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에 적잖이 놀랐다. 한국은 대체로 티샷을 멀리 치고 어프로치 샷을 가까이 붙이는 플레이라면, 일본은 정교하게 샷을 하고 쇼트게임으로 세이브하는 식의 경기를 펼친다.
고지원은 “급한 성격에 늘 공격적으로 경기해 왔는데, 일본 선수들이 스코어를 만들어 나가는 걸 보면서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후 오로라 월드 챔피언십 준우승,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우승 등 좋은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고지원은 지난 2년 동안 정규투어에서는 실패했지만 선배들의 연습 방법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배운 게 많았다고 했다. 그중 한·일 투어에서 통산 35승을 차지한 베테랑 안선주를 ‘몰래’ 지켜봤다고 털어놨다. 그는 “퍼트를 잘하고 싶으면 퍼트 잘하는 언니 옆에 가서 연습 드릴을 관찰하고 물어봤다. 특히 안선주 선배님을 존경해서 몰래 엄청 많이 봤다. 직접 물어보지는 못해서 언니는 아마 모르실 것”이라고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올해 2부 투어에서 활동하며 KLPGA 투어에 자리가 나면 출전하는 조건부 시드권자 신세였던 고지원은 정규투어 첫 우승과 함께 2027년까지 풀 시드를 확보했다. 고지원은 하반기에도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목표다. 그는 “실력을 확실히 키워서 내년에는 더 단단한 플레이를 할 것”이라며 “우승이라는 결과물보다는 과정에 더 집중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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