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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 골프선수를 후원하는 A기업의 담당자는 올해 말에 계약 기간이 끝나는 B선수의 연봉 제안서를 받아본 뒤 긴 한숨을 내뱉었다.
스토브리그의 본격적인 개봉 박두에 앞서 여자 골프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기업의 평가와 선수의 연봉 인상 요구 격차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A기업은 2년 전 프로로 데뷔하는 유망주 B선수를 영입했다. 당시 기준 연간 계약금은 1억원 안팎으로 KLPGA 투어에 데뷔하는 선수 중 중상위권 수준이었다. A기업은 B선수가 우승 등 폭발적인 성과를 내지는 않았으나 드림(2부)투어를 거쳐 정규투어 입성에 성공했고, 시즌 내내 중위권 성적을 유지했기에 2년 전보다 100% 정도 인상된 금액에서 재계약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B선수가 매니지먼트를 통해 제안한 재계약 조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무려 3배 이상 높아진 금액으로 재계약을 제안했다.
재계약 제안서를 검토한 A기업 담당자는 “B선수가 신예로 두각을 보인 점 등을 고려해 우리로서는 유망주를 계속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2년 전보다 100% 인상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계획이었다”라며 “막상 2년 전보다 3배 이상 높은 금액이 적힌 재계약 제안서를 받아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A기업은 재계약 포기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 담당자는 “현재로서는 양측이 제안한 격차가 커 협상의 여지가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회사 내부에서도 과도한 요구라고 여겨 B선수와 재계약을 포기하고 새로운 유망주를 찾는 쪽으로 선회했다”라고 밝혔다.
올해 국내 여자 골프 스토브리그에선 대어급 선수가 많아 주목받고 있다. KLPGA 투어 상금과 대상 등 타이틀 싹쓸이에 도전하는 윤이나와 ‘장타퀸’ 방신실, 황유민, 박민지, 이가영 등이 모두 스토브리그에 나온다. 예년과 비교하면 KLPGA 투어 최정상급 인기와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스토브리그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 관심이 높다.
일부에선 스토브리그 분위기가 예전만큼 뜨거워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자 골프선수 후원에서 손을 떼겠다는 기업도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C건설사는 시즌 중반, 선수단에 통보해 올해 연말을 끝으로 골프단 해체를 통보했다. 선수단은 올 초 받아야 할 계약금을 아직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D사도 올해 계약이 끝나는 2명의 소속 선수에게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D사는 4년 전에 골프단을 창단했다. 기업 홍보와 VIP 고객을 위한 마케팅 등 다양한 목적을 갖고 골프마케팅에 뛰어들었으나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했다고 판단해 올해를 끝으로 여자 골프 후원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여자 골프 스토브리그에서 ‘큰손’을 담당했던 E사도 내년엔 규모를 대폭 축소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E사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외부 선수들을 영입했고, 프로골프대회까지 개최하는 등 여자 골프에서 적잖이 많은 돈을 썼다. 그러나 최근 기업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골프마케팅에 썼던 비용을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업 스포츠마케팅 관계자는 “특급 선수나 장래성이 밝은 유망주에게는 여러 기업이 관심을 보이는 쏠림 현상이 생길 수 있다”라며 “다만, 예전과 비교하면 선수나 매니지먼트가 요구하는 만큼의 거액을 들여 후원하려는 기업이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