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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첫 홈리스 월드컵’ 안병훈 “주거권, 개인 문제로 치부 말아야”

허윤수 기자I 2024.09.27 00:00:00

21일 개막한 홈리스 월드컵, 28일까지 한양대서 열려
주거권 사각지대 놓인 사람들의 4대4 풋살 경기
안병훈 이사, "더 많은 관심 위해 대회 개최"
"홈리스의 넓은 개념 알려져야 인식도 바뀔 수 있어"
2017년 대회 나섰던 문영수, "삶의 전환점 돼"

안병훈(왼쪽) 상임이사와 한국 선수단의 모습. 사진=박이슈코리아
[성동구=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서울 2024 홈리스 월드컵이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리는 가운데 안병훈 빅이슈코리아 상임이사가 주거권 문제에 관한 관심을 촉구했다.

안 이사는 25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서울캠퍼스 HIT 대회의실에서 열린 ‘모두의 집 : 홈리스 상태 종식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에서 “한국에서 정말 관심 없는 문제가 주거권”이라며 “당사자의 문제로 치부하고 개인의 기본권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지난 21일부터 한양대 대운동장에서는 서울 2024 서울 홈리스 월드컵이 열리고 있다. 홈리스 월드컵은 주거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나라를 대표해 4대4 풋살 경기를 치르는 국제 대회로 주거권을 보장받는 세상을 목표로 한다. 국내에서는 2023년 개봉한 박서준, 아이유 주연의 영화 ‘드림’으로 알려져 있다.

홈리스 월드컵이 아시아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홈리스 월드컵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는 38개국 52개 팀(남자부 36팀·여자부 16개 팀)이 출전했다. 참가팀은 승부 외에도 우정과 도전 정신을 함양하는 데 목표를 둔다.

한국 선수단의 모습. 사진=박이슈코리아
홈리스 월드컵 국내 유치를 성사한 안 이사는 “더 많은 주거 불안정을 돕기 위해선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국민, 정치인 등의 관심이 필요했다”라고 대회 개최 배경을 밝혔다.

안 이사는 홈리스라는 개념이 노숙인에만 그치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홈리스라는 단어가 국내에선 여전히 낯설다며 주거권 사각지대라는 넓은 개념을 알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용어가 커져야 법적 지원도 인정되고 꺼리게 되는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도 바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번 대회에 나서는 한국 선수단에도 자립준비청년, 회복지원시설 거주 경험 청소년, 지적 장애인, 난민 신청자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포시 완지는 난민 자격을 인정받기 위해 여전히 분투 중이다. 안 이사는 “완지 선수는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1년 동안 공항에서 지내는 등 여전히 법적 싸움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안 이사는 주거권 문제 해결을 위해선 결국 관심이 필요하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그는 “보통 홈리스 하면 나와 관계없고 더럽다는 낙인 관점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거 같다”라면서 통계를 말했다.

한국과 독일 선수단의 모습. 사진=박이슈코리아
그는 “서울에 거주하는 37%의 청년이 최저 주거 기준 이하에서 산다고 한다”라면서 “스스로 홈리스라는 생각은 없고 개인의 문제, 잘못이라고만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법과 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에 함께 하는 것도 있으나 빅이슈 판매원이나 홈리스에 놓인 사람들을 따듯하게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멜 영 홈리스 월드컵 재단 회장은 올림픽을 예로 들며 “대규모 스포츠 대회를 통한 경제 효과는 말하지만 인간적인 면은 잘 다루지 않는다”라며 “이런 대회를 통해 홈리스에게 어떤 기회를 줄 수 있는지도 고민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17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했던 문영수 빅이슈 판매원은 홈리스 월드컵이 삶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홈리스 월드컵 참가로 많은 자신감을 얻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하게 됐다”라며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매개체가 될 수 있으니 다른 분들도 대회 참가를 통해 삶의 활력을 찾았으면 한다”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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