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G 레이디스오픈(총상금 8억원)에서 감격스러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서연정(29)이 대회 최초 2연패를 향한 각오를 밝혔다.
KLPGA 투어 제13회 KG 레이디스오픈이 오는 30일부터 사흘간 경기 용인시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다. 서연정은 대회 개막을 열흘 앞두고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2연패에 도전한다는 게 너무 뜻깊다. 아무도 2연패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가 성공하면 더 멋져 보일 것 같다. 뜻깊은 대회인 만큼 더 열심히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저만의 스윙 리듬 다시 찾아 2연패 노릴 것”
서연정은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를 지낸 엘리트 골프 선수다. 고진영, 김효주, 백규정 등 1995년 동갑내기 친구들과 국가대표 생활을 함께했다. 비슷한 시기에 함께 KLPGA 투어에 데뷔했지만 친구들이 신인 시절부터 우승 행진을 벌인 것과 달리, 유독 서연정에게는 우승 운이 따르지 않았다.
KG 레이디스오픈에서 첫 우승을 하기까지 260번의 대회에 출전했고, 10년이 걸렸다. KLPGA 투어 사상 가장 오래 걸린 첫 우승이었다. 그만큼 매우 값졌다.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서연정은 6번홀(파4)에서 티샷이 오른쪽으로 치우쳤고 2m 보기 퍼트도 홀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한꺼번에 2타를 잃고 선두 자리에서 내려왔다.
또 노승희와 1타 차 접전을 벌이던 15번홀(파4)에서도 짧은 버디 퍼트를 놓치는 실수가 나와 연장 승부를 벌여야 했다. 18번홀(파5)에서 진행된 1차 연장에서 노승희의 두 번째 샷이 카트 도로 오른쪽으로 벗어나면서 러프 경사면에 놓였고 서연정은 세 번째 샷을 그린 위에 올려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노승희의 약 2.5m 거리 파 퍼트가 홀을 훑고 나갔고 서연정은 파를 지켜 ‘259전 260기 우승’을 확정했다.
2014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서연정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회가 열리지 않은 2020년을 제외하면, 서연정은 신인 시절부터 지난해까지 9회 연속 KG 레이디스오픈에 출전했다. 올해로 10회 연속 참가다. 10회 연속 KG 레이디스오픈에 참가한 선수는 서연정과 최가람(11회 연속) 단 두 명뿐이다.
KG 레이디스오픈은 2017년 김지현부터 2018년 정슬기, 2019년 박서진, 2021년 김수지, 2022년 황정미, 지난해 서연정까지 6회 연속 생애 첫 우승자를 배출했다. 대회가 12회 진행되는 동안 한 명도 다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는 “‘개근상’답게 악착같이 버티겠다. 올해 여름이 정말 무더웠는데도 써닝포인트 골프장 측에서 관리를 잘하신 덕에 그린 스피드가 더 빨라지고 상태도 좋아졌다. 저의 첫 타이틀 방어 도전에 설레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서연정은 최근 성적이 오락가락해 부담도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3개 대회에서 연속 컷 탈락에 그쳤다. 서연정은 “시즌 초반에 다른 선수들이 비거리가 많이 늘어난 것 같았다. 그래서 저도 비거리 위주의 스윙을 시도하다가 오히려 제 걸 잃고 이도 저도 아닌 스윙이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번 깨진 저만의 스윙 리듬을 다시 찾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정확성이 좋았던 저의 예전 스윙으로 돌아가고 있다. 좋은 기억이 있는 써닝포인트에서 작년 같은 에너지가 나올 거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우승은 중장거리 퍼트 싸움…티샷 까다로운 6번홀 ‘조심’
서연정은 우승을 위해 중장거리 퍼트를 가장 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린이 크고 파동이 심하지 않은 편이어서 버디가 많이 나올 수 있는 코스다. 버디를 넣어야 할 때 놓치면 우승 경쟁에서 멀어진다. 저도 작년에 퍼트가 잘돼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의해야 할 홀은 우승 경쟁 도중 더블보기를 적어냈던 6번홀(파4)이다. 2년 전 우승했던 황정미도 당시 1라운드 6번홀에서 티샷이 왼쪽 숲으로 들어가 분실구 처리되는 바람이 이 홀에서만 3타를 잃었다. 선수들이 6번홀을 ‘악몽의 홀’로 꼽는 이유다.
서연정은 “전체적으로 코스가 넓어서 드라이버는 문제가 없는데 6번홀은 조심해야 한다. 티샷이 왼쪽으로 조금만 벗어나도 OB가 나고, 우측으로 조금만 밀려도 페널티 구역에 빠져서 완전히 똑바로 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연정은 지난해 마지막 날 6번홀에서 티샷이 오른쪽 실개천에 빠지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파5홀인 14번홀에서는 반드시 버디를 잡고 넘어가야 한다. 서연정은 “거리가 많이 나가는 선수들은 14번홀에서 대부분 두 번째 샷을 그린 앞까지 보내거나 투온에도 성공해 이글까지도 노릴 수 있다. 14번홀은 우승 막바지를 향한 승부처 홀”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