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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4대 메이저 대회 중 디오픈을 가장 좋아했다. 각별한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메이저 대회에서 통산 15번 우승한 우즈는 디오픈에서 세 차례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 중 두 번은 ‘골프의 성지’로 불리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만들어 냈다.
디오픈과의 첫 인연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마추어였던 우즈는 1995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디오픈에 출전했다. 당시엔 68위를 기록했다. 이듬 해 프로가 된 우즈는 1997년 마스터스에서 메이저 우승트로피를 처음 들어 올렸고, 그 뒤 1999년 PGA 챔피언십 그리고 2000년에 6월 US오픈에 이어 7월에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디오픈에 출전해 마지막 남은 메이저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4개의 메이저 우승트로피를 모두 수집하며 진정한 골프황제의 탄생을 알렸다.
1400년대 생긴 것으로 추정하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골프의 성지’로 불린다. 1860년 시작한 디오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다. 그렇기에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의 우승은 더 큰 의미가 있다.
좋은 추억도 있지만, 슬픈 기억도 있다. 우즈는 2006년엔 디오픈 2연패에 성공한 뒤 하염없는 눈물을 쏟아내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대회 2연패에 성공한 기쁨이 컸지만, 약 한 달여 전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 얼 우즈가 세상을 떠난 뒤였다. 우즈가 우승할 때마다 그의 옆엔 아버지 얼 우즈가 있었다. 아버지는 우즈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아버지를 잃은 우즈는 메이저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고도 웃을 수 없었다.
2006년을 마지막으로 더는 디오픈 정상에 서지 못했다. 그 뒤 2012년 공동 3위, 2013년 공동 6위, 2018년 공동 6위로 세 차례 톱10에 들었을 뿐이고, 2019년과 2022년 대회에선 컷 탈락했다.
우즈는 디오픈에 유독 애착을 보였다. 특히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경기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그는 “다양한 날씨와 맞서야 하고 이것이 바로 디오픈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이자 제가 가장 좋아하는 메이저 대회인 이유다”라고 말했다.
2022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경기를 끝낸 뒤에는 “가장 좋아하는 코스다”라며 “18번홀에서 감정이 벅차올랐다. 1995년부터 여기에 왔고 다음 기회는 2030년이 돼야 한다. 그때까지 몸 상태가 안 될 수도 있다. 오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치르는 마지막 디오픈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팬들의 환대를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올해 23번째 디오픈 무대에 섰다. 첫날 공동 138위에 그친 우즈는 2라운드에서도 타수를 잃어 본선 진출에서 멀어졌다.
우즈는 20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사우스에어셔의 로열 트룬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6오버파 77타를 쳐 이틀 합계 14오버파 156타를 적어내 130위권밖으로 경기를 끝내면서 23번째 디오픈을 일찍 마감했다.
2021년 차량 전복 사고를 당한 우즈는 그 뒤 옛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리 수술을 받고 재활했지만, 1년에 고작 4~5개 대회 나와 경기하는 것도 벅찰 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다. 현재의 몸 상태로 18홀을 경기하는 게 다른 선수보다 몇 배 더 힘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즈는 다시 디오픈 무대에 섰다. 우즈가 디오픈을 사랑하는 만큼, 팬들이 우즈를 사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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