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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도 못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연패 달성…‘셰플러 시대 열렸다’

주미희 기자I 2024.03.19 00:00:00

제5의 메이저 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제패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이어 2주 연속 우승
PGA 투어 통산 8승…통산 상금 5000만 달러 돌파
목 부상에도 5타 차 대역전극 ‘투혼’
우즈와 비교되자…“그는 독보적인 존재” 겸손 답변

스코티 셰플러가 18일 열린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제패한 뒤 트로피를 들고 미소짓고 있다.(사진=AP/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11번홀에서 리더보드를 처음 보고 웃음이 났다. 스코티 셰플러가 선두로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윈덤 클라크)

“셰플러의 이름이 리더보드 상단에 있는 건 놀랄 일도 아니다.”(잰더 쇼플리)

경쟁자들도 박수를 보낼 정도의 완벽한 플레이였다. 마침내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8·미국)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셰플러는 창설 50주년을 맞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5의 메이저 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2500만 달러) 사상 첫 2연패를 달성했다. 잭 니클라우스(미국)나 타이거 우즈(미국) 등 골프 전설들도 이루지 못한 위업이다.

셰플러는 1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소그래스 TPC(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6개를 잡아 8언더파 64타를 작성했다.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를 기록한 셰플러는 공동 2위인 브라이언 하먼, 잰더 쇼플리, 윈덤 클라크(이상 미국)를 1타 차로 제치고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제패했다.

8언더파는 2003년 데이비스 러브 3세 이후 21년 만에 이 대회 우승자가 최종 라운드에서 세운 최소타 타이기록이다. 또 5타 차 대역전극 역시 1998년 저스틴 레너드가 갖고 있던 최다 타수 차 역전 우승과 같은 기록이다.

◇목 통증 극복하고 2주 연속 초특급 대회 제패

셰플러는 지난주 ‘특급 대회’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5타 차의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한 뒤 이번 대회까지 2주 연속 정상에 오르며 ‘셰플러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한 번 우승하기도 힘든 대회”라며 “그런 대회에서 ‘백투백 우승’을 해 매우 특별하다.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셰플러는 선두 쇼플리에 5타 뒤진 공동 6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다. 역전 우승이 쉽지 않아 보였다. 4번홀(파4)에서 92야드 거리 웨지샷으로 이글을 만들어내면서 흐름을 탔고 8언더파를 몰아쳤다. 최종 라운드를 포함해 31홀 연속 단 하나의 보기도 적어내지 않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그는 먼저 경기를 끝내고 연습 그린에서 연장전에 대비하며 1타 차 공동 2위였던 클라크의 결과를 지켜봤다. 클라크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버디 퍼트가 홀에 들어갔다가 돌아 나오는 바람에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지 못했다. 우승을 확정 지은 셰플러는 캐디와 얼싸안고 기뻐했다.

셰플러는 시즌 2승과 PGA 투어 통산 8승을 달성했고, 우승 상금으로 무려 450만 달러(약 59억9000만원)를 받았다. PGA 투어 통산 상금은 5000만 달러를 돌파해 5350만4729 달러(약 713억원)가 됐고, 이 부문 11위로 올라섰다. 2022년 2월 WM 피닉스오픈 첫 우승을 시작으로 불과 2년 만에 8승을 쓸어 담은 셰플러의 성과다.

우여곡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셰플러는 2라운드 초반 목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껴 경기 도중 치료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를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기권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통증이 상당했다. 셰플러는 “스윙하는 것도, 퍼트 라인을 보는 것도 힘들었다. 나는 꽤 경쟁심이 강한 사람이고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며 “목이 나아질 때까지 계속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오늘 목 상태는 괜찮았다”고 말했다.

◇‘골프 황제’ 우즈 이후 세계에서 가장 볼 잘 치는 선수

셰플러는 지난해 전성기 우즈에 버금가는 샷 능력을 과시했다. 2023년 셰플러는 볼 스트라이킹 능력을 가장 확실하게 드러내는 평균 타수에서 1위(68.63타)를 차지했다. 역대 7번째로 뛰어난 평균타수다. 셰플러보다 더 낮은 평균타수가 나온 시즌은 1999·2000·2002·2003·2007·2009년 총 6시즌이었다. 기록의 주인공은 모두 우즈였다.

셰플러는 우즈와 자신을 비교하는 질문에 현명하게 대처했다. 그는 “지난달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연습하고 있었는데, 우즈가 ‘세계 1위 축하해 스코티. 앞으로 11년 더 남았어.’라고 얘기했다. 우즈의 세계랭킹 1위 기록에 맞서려면 11년은 더 이 순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셰플러는 2년 가까이 세계랭킹 1위를 지냈다. 만 13년이 넘는 통산 683주 동안 세계 1위를 호령한 우즈를 따라잡으려면 11년은 더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우즈와 비교될 때마다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우즈는 독보적인 존재”라고 말하며 자신을 낮췄다.

역전 우승을 노렸던 경쟁자들은 셰플러의 우승에 박수를 보냈다. 다만 공동 2위(19언더파 269타)로 대회를 마친 클라크는 연장전으로 끌고 갈 수 있었던 버디 퍼트가 홀을 훑고 나온 순간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망연자실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클라크는 “어떻게 퍼트가 들어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공이 홀을 돌 때도 안으로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다. 퍼트가 들어가지 않아서 아직도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말하며 크게 아쉬워했다.

셰플러의 드라이버 티샷(사진=AP/뉴시스)
우승 기자회견에 참석한 셰플러(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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