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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하면 훈련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분위기가 딱딱하고 다소 가라앉는게 일반적이었다. 특히 한화의 경우 최근 몇 시즌 동안 하위권에 머물다 보니 마냥 분위기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올 시즌은 다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지배했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이 돌아온 이후 선수단 분위기는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자신감이 흘러넘친다.
류현진은 26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 아마카 야구장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연습경기에 앞서 불펜 투구를 가져갔다. 22일 한화와 계약을 마치고 바로 다음 날인 23일 45개 공을 던진 데 이어 이날 두 번째 불펜 투구를 펼쳤다.
류현진은 이날 20개씩 3번에 나눠 총 60개 공을 던졌다. 빠른공은 물론 슬라이더, 커브, 커터, 체인지업 등 모든 구종을 시험했다. 첫 불펜 투구 때보다 확실히 힘이 더 들어간 모습이었다.
특히 이날 불펜 투구가 더 눈길을 끈 이유는 류현진의 공을 받은 포수가 이재원(37)이었기 때문이다. 출신 학교는 다르지만 인천에서 함께 야구한 류현진과 이재원은 인연이 남다르다.
당시 동산고 재학 중이던 류현진은 연고팀인 SK와이번스에 1차 지명되지 못하고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에서 한화에 뽑혔다. 당시 포수 보강이 절실했던 SK가 류현진 대신 1차 지명선수로 선택한 선수가 바로 인천고 포수 이재원이었다.
류현진은 한화 유니폼을 입자마자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MLB까지 평정했다. 이재원도 SK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날렸다. 주장 완장을 차고 2018년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재원은 2023시즌을 마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스스로 방출을 요청했고 한화에 새 둥지를 틀었다. 때마침 류현진이 빅리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불펜장에 도착한 류현진이 이재원을 발견하자 환하게 웃으며 “19년 만이네”라고 반갑게 인사했다.
불펜 투구를 마치고 류현진과 하이파이브를 나눈 이재원은 “확실히 잡기 쉽게 던진다. 지금이 전성기 같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어 “친구 관계를 떠나 정말 완벽한 투수인 것 같다. 달라는 대로 던지니 포수로서 너무 기분 좋다”며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개막전 선발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류현진의 불펜 투구를 곁에서 지켜본 최원호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최원호 감독은 “지난번보다 더 좋았다. 몇 개 공은 강도를 더 높이는 것 같았다”면서 “아직 전력으로 던지는 것은 아닌데 전력으로 던졌을 때 어떨지 상상하면서 봤다”고 말한 뒤 환하게 웃었다.
박승민 투수코치는 “(구위를) 수치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이 시기에 준비해야 할 정도는 충분히 돼 있는 것 같다”며 “실내에서 오래 훈련해서 우려했던 부분도 있었는데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후배들은 류현진과 함께한다는 것이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 특히 MLB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모습을 보고 야구의 꿈을 키운 어린 선수들은 더 그렇다,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좌완 신인 황준서는 “아직 류현진 선배님과 제대로 대화해보지 못했다. 지금은 물어보는 말에 대답하는 수준이다”면서도 “밥 사달라는 용기가 아직은 안나지만 조만간 많은 것을 여쭤보고 싶다, 슬라이더나 커터를 던지는 법도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류현진도 “예전에는 스프링캠프가 딱딱하고 어두운 분위기였는데 지금 젊은 선수들을 보니 많이 밝아진 것 같아 기분 좋다”면서 “후배들이 물어보면 당연히 알려줄 것이다.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