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2' 전편 능가한 최고의 대서사시…전설로 남을 스크린의 마법 [봤어영]

김보영 기자I 2024.02.22 02:00:00

원작 취지 최대한 살려…드니 빌뇌브의 한계 깬 성취
더 거대하고 강렬…보다 화려해진 액션 시퀀스 눈길
오스틴 버틀러, 매혹적 새 빌런…흑백 첫등장 압도적
입체적 서사 완성한 티모시 열연…구멍없는 연기파티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드니 빌뇌브의 뚝심과 통찰력은 적중했다. 모래 벌레를 피하듯 조심스럽게 쌓아올린 정교한 세계관과 관계성이 마침내 완벽히 얽혀 폭발하고 휘몰아친다. 원작을 훌륭히 계승한 드니 빌뇌브 감독 최고의 역작임은 물론, 블록버스터 영화사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SF 신화가 될 것이다. 영화 ‘듄: 파트2’가 그렇다.

오는 28일 국내 개봉하는 ‘듄: 파트2’(감독 드니 빌뇌브)가 지난 19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각성한 폴(티모시 샬라메 분)이 복수를 위한 여정에서 전사의 운명을 찾아나가는 액션 블록버스터다. 1965년 영국 프랭크 허버트가 쓴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지난 2021년 팬데믹 시기 개봉해 164만 명을 동원하며 뜻깊은 성과를 거둔 ‘듄’의 후속편이다. 드니 빌뇌브 감독이 전편에 이어 ‘듄: 파트2’의 연출을 맡았다. 티모시 샬라메(폴 아트레이디스 역), 젠데이아(챠니 카인스 역), 레베카 퍼거슨(레이디 제시카 역), 하비에르 바르뎀(스틸가 역), 스텔란 스카스가드(하코넨 남작 역) 등 전편의 출연진과 더불어 오스틴 버틀러(페이드 로타 하코넨 역), 플로렌스 퓨(이룰란 공주 역), 레아 세이두(레이디 마고트 역)가 ‘듄: 파트2’의 새로운 출연진으로 합류했다.

‘듄’ 시리즈는 우주에서 가장 귀한 자원으로 꼽히는 ‘스파이스’란 원료의 생산지인 아라키스 모래행성(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전쟁과 음모, 복수를 그린 이야기다. 고향 ‘듄’을 지키려는 원주민 부족 프레멘과 귀족을 견제하는 황제, ‘아트레이디스’와 ‘하코넨’, ‘베네 게세리트’로 대표되는 귀족 대가문들이 펼치는 권력 암투와 비극을 웅장하고 환상적으로 그려낸 대서사시다. 개인의 복수극이자 일대기 영화이기도 하다. 권력 다툼의 희생양이 돼 낯선 환경에 던져진 귀족 가문의 남성이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며 각성하고 성장해 겪는 변화들을 담는다.

전편 ‘듄’은 사실 웅장한 서사와 장대한 스케일로 입소문을 타면서, 동시에 극명한 호불호를 낳았던 작품이다. 블록버스터의 외피를 썼지만, 가볍게 머리를 비울 작품으로 감상하기엔 분위기가 어둡고 무거웠다. 특히 1편은 광활하고 낯선 우주 세계의 계급과 이해관계, 주인공 폴이 휘말린 기구한 운명의 소용돌이를 소개하고 빌드업하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압도적 영상미와 전쟁 액션, 스케일은 이견이 없었으나 2시간 40분의 긴 러닝타임과 복잡한 세계관이 심리적 진입장벽을 유발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캐릭터들 각각의 내면을 집요히 파고드는 촘촘한 묘사가 높은 몰입감을 주지만, 지나치게 정적이란 반응도 이어졌다.

베일을 벗은 2편은 스케일과 디테일을 모두 취하려 한 드니 빌뇌브 감독의 뚝심이 현명한 판단이었음을 입증한다. 공들여 맺은 꽃봉오리가 2편에서 마침내 만개하기 때문. 더 거대하고, 강렬해졌다. 스케일이 커질수록 생략하기 쉬운 미묘함과 디테일의 미덕도 놓치지 않았다.

2편은 황제와 하코넨의 음모로 집안이 몰살돼 어머니(레이디 제시카)와 아라키스에 버려진 폴 아트레이디스가 프레멘 사회에 완벽히 적응하고, 본격적인 복수를 하는 과정을 그린다. 유전자는 물론, 인간의 심리까지 조종할 수 있는 레이디 제시카의 가문 ‘베네 게세리트’는 수백 년간 그들의 능력을 이용해 배후에서 세계를 통제해왔다. ‘퀴사츠 헤더락’(예언자)은 베네 게세리트가 그 일환으로 프레멘에 주입한 신화적 존재이면서, 실제로도 베네 게세리트를 뛰어넘는 예지력과 파워를 지닌 초인이다. ‘듄: 파트2’는 폴이 ‘퀴사츠 헤더락’으로서의 능력을 각성한 뒤 프레멘의 맹목적 숭배 대상이 되면서 서서히 파국에 접어드는 과정을 흡인력있게 전개한다. 동시에, 사랑에 빠진 폴과 챠니의 현실적인 심리 변화도 담았다. 캐릭터들의 심리 및 관계 변화, 갈등을 통해 종교와 정치, 인간군상을 성찰한 원작의 메시지를 충실히 계승했다.

특히 전편보다 액션 시퀀스에 힘을 줘 루즈함을 줄이고 역동성을 강화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전매특허인 미장센도 정점을 찍었다. 프레멘 전사들이 안개처럼 뿌연 모래바람과 사막의 지형지물, 모레벌레를 활용해 폭격기로 무장한 황제 및 하코넨의 군사들과 펼치는 전투 시퀀스가 대표적이다. 마침내 모래벌레를 탈 수 있게 된 폴이 아라키스 사막을 질주하는 장면도 압권이다.

새 빌런의 매력과 존재감도 합격점이다. 하코넨 가문의 후계자 ‘페이드 로타’ 역에 새롭게 합류한 오스틴 버틀러는 극 중반 등장하지만, 뛰어난 캐릭터 해석과 파격 비주얼, 수준급 액션으로 ‘듄: 파트2’의 재미에서 없어선 안 될 큰 축으로 활약한다. 흑백으로 구현된 페이드 로타의 첫 등장신은 ‘듄: 파트2’의 미학과 액션의 완성도를 한 차원 더 높인 명장면 중 하나다. 배우의 내공과 감독의 미장센이 시너지를 이뤄 교활하고 잔혹한 페이드 로타를 변화무쌍하고 매혹적인 악인으로 끌어올렸다. 기에다 프라임의 경기장을 배경으로 아트레이디스 가문 검투사들의 목숨을 농락하는 페이드 로타의 흑백 액션, 주황빛 석양을 받으며 페이드 로타와 폴이 성에서 최후의 대결을 펼치는 액션 시퀀스도 탄성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전편부터 주인공으로 중심을 이끈 티모시 샬라메의 비범한 연기력이 ‘듄: 파트2’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불안한 내면을 누른 채 고통을 이겨내던 소년이 투지를 갖춘 진정한 전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제스처와 절도 있는 액션, 달라진 눈빛으로 섬세히 표현했다. 동등한 위치에서 프레멘과 공존하길 바랐던 폴이 능력 발현 후 숭배의 대상이 되며 겪는 딜레마도 녹였다. 복수심과 인정욕구, 사랑 사이에서 고뇌하며 영웅과 파괴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력적 주인공을 완성했다.

젠데이아는 사랑에 빠진 챠니가 폴의 변화를 지켜보며 동요하는 모습을 그리면서도, 강인하고 반항적인 프레멘의 여전사로서 그가 지닌 고유한 매력을 잃지 않게 균형감을 유지한다. 레베카 퍼거슨, 스텔란 스카스가드, 하비에르 바르뎀, 플로렌스 퓨, 레아 세이두 등 조연들까지 구멍없는 연기파티다. 레베카 퍼거슨은 위엄과 광기를 떨치고, 하비에르 바르뎀은 스틸가란 캐릭터 그 자체로 살아 숨쉰다. ‘퀸즈 갬빗’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안야 테일러 조이가 뜻밖의 역할로 깜짝 등장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1편을 시청하지 않아도 2편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다만 이 영화적 성취를 온전히 체감하고 싶다면 1편을 본 후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정적조차 화음으로 만드는 한스 짐머의 음악이 비주얼의 감동을 더한다.

28일 개봉. 12세 관람가. 16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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